▲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싶으면 이 막대나 곳곳에 설치된 시티투어버스 정류장을 찾자. 아래 박스 기사 지도 참조.권기봉
갈아탈 필요도, 허둥댈 필요도 없는 서울시티투어버스
서울은 그야말로 곳곳이 유적지이자 역사 교육의 장이고, 인공(人工)의 관광지이자 쇼핑의 천국이다. 그러나 그동안 교통이나 안내 정보 면에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마음 놓고 여유 있는 여행지로서의 서울을 즐겨보자. 갈아탈 필요도 없고 그래서 허둥대거나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는 여행, 바로 '서울시티투어버스(이하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한 여행이다.
시티투어버스는 크게 두 개의 코스로 나뉘어진다. 먼저 경복궁과 창덕궁 등 서울의 5대 궁궐과 독립문 및 서대문 형무소가 있는 서대문 독립공원,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인사동 거리 등을 아우르는 '고궁 코스'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곳만 여행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간에 대학로나 교보문고에 내려 젊은 분위기와 책의 열기에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
나머지 한 코스는 남산 한옥마을과 전쟁기념관,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 명동 거리 등을 연결하는 '도심순환코스'다. 이 역시 도중에 남산 서울타워에 내려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도 있고, 조계사에 내려 우리나라 조계종의 총본사를 구경할 수도 있다.
게다가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나누어주는 쿠폰을 시티투어버스 승차권과 함께 제시하면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박물관이나 극장 등에서 10~3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제휴 식당 등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금도 꾸준히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는 난타전용극장의 경우 10% 할인을 해주며, 전쟁기념관은 30%,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남산 서울타워는 13~25%, 한강유람선과 63빌딩은 각각 20%와 15%의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승차권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지하철은 땅 속으로만 다니고 시내 버스는 구간마다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 이걸 타니 편하게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남상학씨.권기봉
서울 사람은 탈 필요가 없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라면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고 시티투어버스를 탈 필요가 없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서울 사람이라면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시내 버스, 지하철 혹은 택시를 이용하고픈 유혹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시티투어버스는 서울 도심의 주요 관광지를 직접 연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30분 간격으로 배차되어, 괜히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또 생각해 보시라. 아무리 편하다 하더라도 승용차를 끌고 나와 이들 관광지를 돌아볼 경우 주차비는 얼마이고, 또 도로에서 받을 스트레스는 얼마이겠는가. 설레는 마음에 나섰던 나들이길, '뚜껑'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시티투어버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일단 타기만 하면 현재 지나가고 있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버스마다 대기하고 있는 전문 가이드가 장소마다 친절한 설명을 해주며, 때로 고독을 즐기고 싶은 독특한(?) 취미가 있는 이라면 좌석마다 설치되어 있는 헤드폰을 쓰고 자동관광안내시스템에 의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말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대해 웬만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들으며 여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티투어버스의 매력이다. 한번 직접 들어보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휴학생 남상학(26·청주 사직동)씨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지하철은 땅 속으로만 다니고 시내 버스는 구간마다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 이걸 타니 편하게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남씨는 이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 곳곳을 한번 누벼볼 작정이란다.
▲서울시티투어사업본부 김철호 소장은 “가이드들이 이미 2천 회 이상을 순회한 이들이기 때문에 베테랑에 가깝다”며 “서울 사람도 이 버스를 타면 그 편리함에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봉
물론 시티투어버스에 대한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상경한 동생과 함께 시티투어버스에 오른 대학생 이정식(23·대방동)씨. "요금이 생각보다 비싼 것 같다"며 "마땅한 벌이가 없는 대학생의 요금이 일반인과 같은 것이 좀 그렇고, 청소년 요금도 좀더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티투어사업본부 김철호 소장은 "어떤 손님은 가이드가 일일이 내려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티투어버스에서 내린 후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이가 있는 반면 일일이 함께 내려 설명을 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어 어디에 박자를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일단은 시티투어버스 프로그램 자체가 자유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당분간은 현재의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자 떠나자, 두발 쭉 뻗고!
이제 곧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어딜 나서기 힘든 시간이 오고 있는 셈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좋은 시간이 다 가기 전에 아이들 손을 꼭 붙잡고, 또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사람이라고 해서 꼭 서울을 벗어나야만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요,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서울 관광을 왔다고 해서 국회의사당이나 63빌딩에만 가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대부분이 관광지이자 유적지인 서울. 자, 시티투어버스에 올라 두 발 쭉 뻗고 서울 시내 구경을 나가보자.
| | 서울시티투어버스 어떻게 이용하나 | | | |
| | ▲ 도심순환과 고궁 주요 코스 안내도 | ⓒ서울시티투어버스 | | 시티투어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은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이나 경운궁 앞, 명동 등 50여 군데 이 이르며(위 지도 참조), 시티투어버스 정류장 표지가 있는 곳에서 30분 간격으로 탈 수 있다.
이용 가능한 시간대는 도심순환코스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나 고궁코스는 오후 7시까지만 운행한다. 단 막차는 출발지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오후 7시에 출발해 오후 9시에 원래 자리에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 사이에는 언제 어디서든 타고 내릴 수 있다. 다만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운행을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쉰다.
또한 승차권은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나 경운궁 앞의 티켓박스 등에서 구입할 수 있으나, 버스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아닌 경우에는 굳이 예매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승차권 가격은 하루 중 횟수에 관계없이 아무 때나 타고 내릴 수 있는 단일코스권의 경우 성인이 1만원이고 고등학생 이하 청소년은 8천원이다. 또 1번만 탈 경우에는 성인이 5천원, 청소년이 3천원이다.
승차권을 구입하게 되면 나눠주는 쿠폰을 가지고 각종 극장이나 박물관, 식당 등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본문 참조).
한편 매주 월요일은 시티투어버스가 쉬는 날이며, 화요일에는 창덕궁은 개방하지만 경복궁이나 창경궁 등은 문을 닫기 때문에 이들 궁궐을 찾을 생각이라면 화요일은 피하기를 권한다.
물론 남대문 시장이나 이태원 등을 관광할 목적으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한다면 별개의 이야기다. 특히 이달 25일경부터 8월 15일까지는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 겹쳐 이용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니 이용에 참고하자.
문의는 02-770-6090이나 www.seoulcitytourbus.com으로 하면 된다. / 권기봉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