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애기범부채>

하느님, 이 비 그치려면 아직 멀었는가요?

등록 2003.07.10 23:57수정 2003.07.11 17:0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2003년 7월 애기범부채 ⓒ 김해화


a

2003년 7월 애기범부채 ⓒ 김해화


애기범부채

외떡잎식물 백합목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다년생 초본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하고, 유럽에서 관상용으로 심는다.
우리나라에는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분포하며 들이나 길가에서 자란다.

7-8월에 개화하며, 옆으로 뻗는 근경에서 총생한 화경은 높이 50-80cm 정도이고, 호생하는 3∼5개의 잎은 2줄로 부채살처럼 배열된다.

줄기 상부에서 갈라진 2∼3개의 가지에 꽃자루가 없는 지름 2∼3㎝ 주홍색 꽃이 수상화서로 한쪽을 향해 옆으로 달린다.

열매는 삭과이며 포에 깊게 싸여 있다.

<2003년 7월 6일 전남 구례군에서 촬영>



평택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는 벗이 잠시 다니러 왔습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벗은 막걸리를 마시고 소주가 편한 우리들은 소주를 마셨습니다. 한 잔 더하고 노래방 가자는 벗을 달래어 자리 옮겨 소주 한 잔 더 하고 내일 평택으로 떠나기 전에 마누라 한 번 더 안아주고 가라고 달래 보냈습니다.

"그 쪽에 간께 일감이 많데, 자네도 그쪽으로 올라와-"
"좀 더 견뎌보고, 안되믄 헐 수 없재 뭐, 나도 객지로 뛰어야재."

늦게까지 컴퓨터 하는 아이 나무라서 재워놓고 게시판 글들을 읽다가 낯익은 동지의 글을 만납니다. 순천에 내리는 비는 울산에도 내리고 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죄다 비가 서러운가 봅니다. 파업현장을 다녀와서 올려놓은 동지의 글을 읽다가 왠지 목이 메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이 비 그치려면 아직 멀었는가요?

비에 젖은 우리 삶처럼 비에 젖은 꽃들
빗속에서 찍어온 애기범부채 사진에 게시판의 글 한편 함께 띄웁니다.

파업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비 내렸습니다.
도시형 경운기라 우기며 털털거리는 트럭을 몰고 공장에 갔습니다.
모두가 현장으로 돌아가고 두 사람만 남아 단체협상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께서 제 가슴을 밀치며 환하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놀랐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작년에 선거 때 만난 분이셨습니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서 이야기 나누다 돌아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식당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신다 하셨습니다.
노조 위원장과 잘 아는 사이 같아 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더 내렸습니다.

여름밤, 여름밤 비 내립니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립니다.
여름밤 벌레 웁니다.
비 내리다 그치고 벌레소리 들립니다.
여름밤 잠못이루고
나도 따라 울고 싶습니다.
비처럼
벌레처럼
시끄럽게 내려서는 소리없이 스며들고
소리내고 울다가 비따라 숨어 버리는-

여름 짧은 밤 내내
애꿎은 모기를 잡고
창가 거미줄 튕겨도 봅니다.
사랑
영원한 사랑
변치않을 동지들 그리며
여름밤 짧은 밤 다 보내고 맙니다. / 이상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5. 5 내 차 박은 덤프트럭... 운전자 보고 깜짝 놀란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