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3.박인호
몇 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여행 경비가 넉넉하지 않으니 주로 여행하는 도중 열차에서 많이 잤고, 허름한 여인숙 같은 데서 잠을 잤다. 그런데 그 허름한 여인숙이라는 곳이 수백 년 전에 지어진 집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집이 굉장히 견고하고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창문이었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창문이 문을 열고 닫는데 아무런 힘을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수백 년이 지났을 창문인데, 튼튼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고 창문으로서의 기능도 완벽하였다.
창문을 열고 밖을 조망하면, 또 다른 세계와의 마주침을 느낄 수 있다. 창문은 단순히 열고 닫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안과 밖을 원활하게 소통하게 해주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통로이다. 창문의 네 틀이 90도 각을 이루어 마주하면 사각은 입 '구(口)'자가 된다. 문은 입이다. 입이 부실하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문의 기능만큼 문의 상징성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나는 나와 자연, 나와 이웃, 나와 사물의 소통(疏通)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마음의 넓고 견고한 창문이 나에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