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05

인과응보(因果應報) (2)

등록 2003.08.12 12:10수정 2003.08.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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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보기엔 정의수호대원이 좋은 것 같아도 실제 근무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물론 처음엔 사람들이 선망의 눈초리로 봐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듣기 좋은 노래도 세 번이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좋게 봐주는 것에 대해 시들해지면 그때부터는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 때문에 짜증을 내곤 한다.


대원이 되기 전 자유분방하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빡빡한 일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수호대원들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들은 얼른 복무기간이 끝나기를 바란다.

집으로 돌아가 주색잡기를 실컷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적검은 아주 확실한 담보물이다. 정의수호대원들은 모두가 무천장주의 아들들이니 얼마를 부르던 찾아갈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어? 이게 어디에 갔지? 가만, 거기에 뒀나? 흠! 그런 모양이네. 어휴, 내가 술에 취하긴 취했나 보군. 에이, 귀찮아."

배루난은 이회옥의 존재 따위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신형을 돌렸다. 두고 온 무적검을 찾으려는 생각뿐이기 때문이었다.

이때였다!
배루난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새까만 신참이 감히 찬밥의 어깨에 손을 얹은 것이다.


정의수호대원들끼리는 어깨에 손을 얹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배라 할지라도 후배의 어깨에는 손을 얹지 않는다.

아무리 찬밥이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왕고참 중의 왕고참이다. 따라서 후배가 찬밥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나 할 짓이다. 아무리 술에 취해 있던 상태라고는 하지만 버럭 노화가 치민 배루난은 돌아서면서 주먹으로 갈기리라 마음먹었다.


그런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만한 소리에 또 한번 기겁하였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이놈! 선무분타에 근무했느냐고 물었다."
"뭐…? 이놈? 네놈이 방금 본좌에게 놈이라고 했냐? 네, 이놈! 넌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 같은 놈이냐? 어서 말해. 어디 소속이야? 오늘 네놈을 요절을 내고야 말겠어. 어서 말 안 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배루난의 눈은 온통 흰자위뿐인 것처럼 보였다. 같은 순간 희번덕거리는 그의 눈은 광인의 그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인 상태인 것이다.

"네놈이 바로 선무분타에서 아무 죄도 없는 소녀들을 마차로 깔아 죽인 배루난이라는 놈이냐?"
"뭐? 놈? 또 놈이라고 그랬냐? 이 자식이 정말? 좋아! 뒈지고 싶어 환장한 모양인데. 오냐, 네놈도 그년들처럼 마차에 자근자근 눌러서 죽여주지. 따라와!"

분기탱천한 배루난은 눈에 뵈는 것이 없다는 듯 다짜고짜 이회옥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였다.

웬만하면 멱살잡은 손을 뿌리칠 법도 하건만 이회옥은 그러지 않았다. 마치 죄를 짓고 끌려가는 중죄인 마냥 끌려가고 있었다. 그런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있었다.

'좋아! 오늘 누가 죽는지 한번 두고볼까?'

잠시 후, 이회옥은 무한 외곽에 위치한 울창한 죽림 안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이곳은 대낮에도 안에 들어가면 컴컴하다 느껴지고, 몇 발짝만 떨어져도 곁에 누가 있는지 전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한 곳이다.

그런 죽림 속에는 제법 널찍한 공터가 있는데 이곳은 정의수호대원들이 상부나 세인들의 이목을 피해 누군가를 손봐줄 때 주로 사용하는 곳이다.

무림천자성은 상명하복이 엄격한 집단이다. 따라서 위에서 명령을 내리면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데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가끔 상부의 명령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계급을 떼고 한판 붙었으면 하는 마음을 먹기 마련이다. 특히 정의수호대원들은 하루라도 먼저 대원이 되면 상급자가 되기에 이런 알력이 심심지 않게 발생되는 집단이다.

이럴 때 한판 붙기 위해 누군가가 일부러 공터를 조성해 놓은 것이다.

"이 자식, 아무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하지만 신참 주제에 감히 찬밥에게 반말을 해? 너,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야! 여기 누구 없냐? 누구 없어? 있으면 나와 봐! 나와 봐! 아무도 없냐? 어서 좀 나와 봐! 야, 누구!"

배루난이 계속해서 고함을 치자 누군가의 음성이 있었다.

"에이, 쓰버럴! 어떤 놈이 여기까지 와서 떠드는 거야? 엉? 어떤 놈이 감히 본좌의 흥취를 깨는 거냐구? 어떤 놈이야?"

걸걸한 음성으로 투덜대던 주인공은 씩씩거리면서 공터로 나섰다. 대략 이십대 중반 정도 되는 그는 한 손으로 허리춤을 여미며 나서고 있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울창한 죽림 사이에서 한참 재미를 보던 중 계속된 고함 소리에 짜증이 나서 튀어나온 듯하였다.

"어떤 놈이냐? 누가 감히? 어라?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슈?"

누구든지 눈에 뜨이기만 하면 어떻게 할 것 같이 짜증내던 장한의 표정은 삽시간에 바뀌었다. 그는 배루난의 직계 똘마니로 말년이기 때문이다.

"어! 너는? 좋아, 재미 보러 왔냐?"
"예! 헌데 찬밥이 여긴 웬일이슈?"
"어쭈구리! 웬일이슈? 너, 많이 컸다."

배루난은 쫄따구 주제에 말을 놓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에이, 이젠 나도 말년이오. 얼마후면 헤어질 건데 너무 야박하게 하지 맙시다."

장한은 배루난의 성품을 잘 알기에 다소 불안했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죽어지내지는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를 본 배루난은 잠시 표정을 굳혔다가 이내 풀었다.

"좋아, 말년이니 눈감아주지. 그건 그렇고 네 검 좀 빌리자."
"예? 그건 왜?"
"저기 저 새까만 신참 놈 보이지? 저놈이 글쎄 나한테 이놈 저놈 하면서…. 어! 너 왜 그래?"

말을 하던 배루난은 쫄따구가 이회옥에게 다가가 허리를 직각으로 구부리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고참이 신참한테 고개 숙이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야, 너 미쳤냐? 그 자식이 조금 존에 본좌에게 이놈 저놈 하던 미친놈이야. 오늘 그 자식을 죽여버리려고 여기에…."
"헉! 미쳤수? 이분이 뉘신줄 알고…."

"누구긴…? 싸가지 없는 신참 놈이지. 저런 놈은 그냥 확, 크크! 잠시 후면 목 없는 시체가 될 놈이기도 하지. 그나저나 너야말로 미쳤냐? 왜 새까만 놈한테 고개를 숙이고 그러냐?"
"혀, 형님!"

장한은 손을 흔들며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이회옥의 입이 열렸다.

"무림천자성은 상명하복이 철저한 곳이다. 어떠한 경우든 상급자에게 대들면 안 되게 되어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죄를 지으면 어떻게 처벌하지?"

이회옥의 말에 배루난은 마침 잘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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