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Doisneau. 파리에서 산 엽서. 표정이 재밌다.Pipi Pigeo
우체국은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나는 길거리 노점상에서 산 엽서를 꺼내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벌써 집을 떠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사람들로 북적거린 탓도 있지만, 간단한 안부를 적는 데도 좀처럼 글이 써지질 않는다.
쑥스러워서 그럴까? 아내와 결혼한 후 처음 하는 편지인 것 같다. 애들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다 보고 싶다. 교회는 장로님이 두 분 계시니 별일이야 있겠는가? 편지를 다 쓰고 우표를 붙여 우체국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중년여성인데 매우 상냥하다.
다른 선배 목사들은 제각기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나도 전화카드를 하나 사서 집에 전화를 걸어 볼까 하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선배가 전화가 끝나면 카드를 빌려 한 통화만 쓴다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에 서너 사람이 있었다. 선배는 전화통화가 길었다.
그런데 내 뒤통수로부터 전해지는 느낌이 이상하다. 우체국 안은 왁자한 소리로 가득하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어 휙 뒤를 돌아섰는데, 어느 프랑스 청년이 내 배낭에서 손을 빼내는 것이었다. 소매치기였다. 배낭여행 가이드북에서 파리에 가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내가 소매치기를 만날 줄이야.
소매치기가 내 배낭에서 손을 빼내는 순간, 배낭에 있던 음료수 캔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소매치기가 나보다 더 놀랬나보다. 소매치기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순간 나는 소매치기의 멱살을 잡았다. 대단히 불쾌했다. 내가 소매치기의 멱살을 잡으며 나온 소리가 대뜸 욕이었다.
"야, 이놈의 새끼, 도둑놈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