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해감을 한다. 굵은 소금 두 줌 팍 뿌려주면 후두둑 파닥파닥 젖먹던 힘까지 내서 발버둥을 치며 밖으로 튄다. 얼른 뚜겅을 덮지 않으면 다시 씻어야 하니 주의를 요한다.김규환
비단 나뿐이 아니다. 형도 마찬가지다. 우린 입맛은 확실히 닮았다. 피자 한 번 먹어보지 못한 집안의 내력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조금은 피곤하겠지만 대안은 있다. 가족끼리 모였다 하면 산골짜기로 올라가 미꾸라지를 잡아다가 추어탕을 끓인다.
누구 누구는 고기 잡아다 줬다고 두 다리 쭉 뻗고 기다리지 않는다. 결혼 후 아내와 형수들은 모른다고 가만 있질 않았다. 잡는 걸로, 먹는 걸로 끝내지 않고 전 과정을 같이 해나간다. 함께 준비하고 나눠서 일을 하니 힘겨운 줄 모른다. 얼마나 이 일을 오래 했는가, 연변에서 물 건너 시집 온 셋째 형수 솜씨도 이제는 고수에 이르렀다.
고기잡고, 푸성귀 준비하고, 솥 씻고, 불 때고, 양념을 마련하여 마저 끓여서 가족의 땀을 훔쳐보며 먹는 추어탕 맛. 조르지 않아도 으레 만나면 미꾸라지 잡아 끓이는 순박한 고향에 살았던 우리는 행복하다.
한가위도 얼마 남지 않고 체력도 고갈될 만큼 약해졌으니 손수 한번 끓여 먹어보자. 추어탕 맛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추어탕 끓이기 위한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