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비 갠 뒤 빗방울이 나무잎새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숲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지요? 이른 새벽 밤새 맺힌 이슬방울에 옷을 적셔가며 걸어본 마지막 때가 언제인지요?
아주 어린 시절입니다.
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은 신작로까지 나가려면 풀길을 헤치고 가야만 했습니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밤새 내려있는 이슬이 신발이며 바짓가랑이를 젖게 하였기에 신발을 벗어들고, 바지를 접고는 풀에 맺힌 이슬을 털며 가야했습니다.
먼저 앞서간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 덕을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간혹은 개구쟁이들이 매어놓은 풀매듭에 걸려서 넘어지는 날이면 윗도리까지 이슬에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그 촌스러움을 잃어버렸습니다.
맨 처음에는 흙을 밟지 않고도 종일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몰랐습니다. 비가 와도 신발에 흙을 묻힐 일이 없는 도시생활에 길들여져 가는 동안 마음도 그만큼 각박해졌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