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저놈의 쥐새끼들!”

쥐 소탕에 좋은 방법 있습니까

등록 2003.09.08 08:39수정 2003.09.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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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들은 이제 우리집 개,'갑돌이' 밥까지 훔쳐 먹고 있습니다. ⓒ 송성영

‘야옹이’가 집 나간 지 5개월쯤 됐나요? 딱새 둥지를 낼름거리길래 눈칫밥 먹여 자진 가출하게 만들었던 지가 아마 그쯤 됐을 것입니다. 그렇게 ‘야옹이’는 ‘치사해서 눈칫밥 못 먹겠다’ 며 뛰쳐나간 뒤 영 소식이 없고 요즘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답니다. 주먹탱이 만한 쥐새끼들이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겁없는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입에서 “엄마야!” 비명 소리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방의 헐렁한 천장은(예전 시골집이 그렇듯이 우리집 사랑방 천장은 여전히 지붕아래 합판도 없이 철사를 얽기섥기 엮어 놓고 거기에 겨우 벽지를 발라 놓았습니다. 결국 천장은 지붕과 벽지 사이에 붕 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죠.)쥐새끼들 운동장이 다 됐습니다.

사람이 있건 없건 간에 아예 드러내놓고 난리들입니다. 천장에서 운동회를 하는지, 조직적으로다 패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우당탕 우당탕” 난리 블루스를 추고 있습니다. 어제는 천장 벽지를 뚫고 방안으로 침입해 들어와 책장 사이를 들락거리는 간댕이 부은 쥐들도 있었답니다. 몽당 빗자루를 치켜들고 쥐새끼와 육박전을 벌어야 할 판입니다.

어렸을 적에 우리 고향에서 써먹었던 아주 특별한 ‘쥐새끼 소탕작전’이 있긴 한데 그 방법을 써먹기에는 좀 시대에 뒤처진 것 같기도 하여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실행하기가 좀 거시기한 방법이라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

어떤 방법인가 하면요. 정말로 못 말리는 방법입니다. 이름하여 ‘쥐새끼 소탕 작전’은 주로 한 겨울 사랑방에서 많이 일어납니다. 우선 천장에 함정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쥐들의 길목에 적당한 크기로 천장을 오려 거기에 끈을 달아맵니다. 그리고 나서 쥐새끼가 지나가는 순간, 몽당 빗자루 같은 것을 잔뜩 웅켜 쥐고 있다가 그 끈을 잡아 댕기는 것이죠.

쥐새끼가 방안으로 떨어지겠죠.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했겠습니까?

“에라이, 이놈의 쥐새끼야!”

손에 들려 있던 방 빗자루로 냅다 후려치는 것이지요. 그럼 게임은 끝난 것입니다. 담배연기 자욱한 사랑방에서 화투 패를 돌리다가 돈 잃고 공연히 심사가 뒤틀린 어른들이 꼭 이런 일을 벌리곤 했습니다. 팽팽한 긴장이 옥죄어 있던 화투판은 한바탕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지요.

내 어릴 적 동네 어른들이 그러셨습니다. 지금 나 또한 그 어른들만큼 나이를 먹어 어른이 다 되었는데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나약해서 일까요. 예전의 어른들 보다 좀더 진화돼서 그럴까요. 그건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친구와 함께 사랑방에서 나란히 누워 천장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쥐새끼들의 운동회’를 경청하고 있다가 이 황당한 얘기를 해줬더니 또 다른 비책을 알려주더군요.

“비책이라는 게 뭐 별다른 것이 아니구, 우리 고향에서는 그랬거든, 쥐새끼들이 천장을 질주하게 되면 가만히 천장을 주시하고 있다가 뽀쪽한 송곳으로 냅다 찔러 대는 거여!”
“에이, 그래서 그게 잡히기나 하겄어?”
“여러 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맞출 때가 있지….”
“천장에 구멍 엄청 많이 났겠네?”
“그거? 종이 쪼가리에 밥풀 발아 메꾸면 그만이지 뭘.”

오늘은 아내가 ‘엄마야!‘ 비명 소리 대신 어금니를 깨물었습니다.
“요놈의 쥐새끼들 안 되겠어, 고양이를 다시 길러야 겠어!”

‘찍찍이’를 놓게 되면 쩍 하니 달라붙어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자니 징그럽기도 하고 잔혹하여 그 짓도 못할 것 같고 또 한방에 보낼 수 있는 쥐약을 놓자니 약 먹은 쥐들이 손닿지 않는 집구석 어딘가에 쑤셔 박혀 퀘퀘하니 썪는 냄새를 풍길 것 같고, 그것이 또 병이라도 옮기면 어쩌나 걱정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헌데 아직까지도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궁리만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매달아놓은 옥수수며 감자, 심지어는 닭 사료며 개밥도 훔쳐먹습니다. 우리 집 개 ‘갑돌이’ 녀석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도 야금야금 개밥을 빼앗아 먹습니다. 이제 점점 그 구역을 넓혀 부엌에도 들어와 설쳐댑니다.

쥐새끼들 때문에 버릇 하나가 생겼습니다. 쥐새끼들이 눈에 자주 띄다 보니 걸핏하면 ‘에이 쥐새끼들!’이 입에서 툭툭 튀어나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다가도 천장에서 난리를 치는 쥐새끼들 소란에 “저 눔의 쥐새끼들이.”

급기야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도 ‘쥐새끼 같은 놈들!’ 이 버릇처럼 튀어나옵니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며 거들먹거리고 속으로는 지들 뱃속 채우기에 급급한 그렇고 그런 위정자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잡히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에이, 쥐새끼 같은 놈들!”을 내뱉곤 합니다. 사람들 눈을 속여 가며 야금야금 지 뱃속 챙기는 위정자라면 쥐새끼와 뭐가 다를 바 있겠습니까?

과거 일제 앞잡이들이 그랬듯이 지금도 여전히 외세에 빌붙어 민족에 대한 애정은 쥐꼬리만큼도 없으면서 함부로 '통일'이라는 단어를 나불거리는 인간들을 보게 되면 우리 집 애들 들을까, 조심스럽게 툭 던집니다. “쥐새끼 같은 놈들” 컴컴한 어둠 속에서 기어다니다가 뭘 믿고 그러는지 이제는 아예 내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쥐새끼 같은 놈들‘과 ‘천장의 쥐새끼들’과 공동점이 있습니다. ‘쥐새끼 같은 놈들’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재산을 늘려나가고 천장의 쥐새끼들은 비가 아무리 많이 와 흉년이 들어도 어둠 속 어딘가에 곡식들을 물어다 놓는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지금, 천장에서 쥐새끼 두어 마리가 기세 좋게 질주하고 있습니다. 당장 고양이는 못 사올 망정 내일은 ‘찍찍이’라도 놔야 할 것 같습니다. 쥐새끼들 소탕 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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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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