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는 계륵(鷄肋)인가?

고 3교실, 이색(二色)딜레마(2)

등록 2003.09.28 21:47수정 2003.09.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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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훈
정신없이 바쁜 고3의 일상에 다시 한번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킬 복병이 등장했으니 그 이름하야 '중간고사'.

옛날에야 시험이면 무엇이든지 잘 봐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 중간고사 공부를 그저 열심히 했지만 지금에 와선 중간고사를 잘 봐야 한다는 중압감이 매우 미미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 입장에서 보기엔, 수능을 '월드컵'에 비유한다면 중간고사는 단지 '프로 축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인 것.

그러나 자신이 수능 결과에 따라 어느 대학에 갈지 모르며 대학 별로 중간고사와 기말 고사를 포함한 내신을 반영하는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중간고사를 아예 놓아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사회가 학생들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를 요구하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

여하튼 10월 4일 실시된 예정인 중간고사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그것에 대한 공부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로 교실은 술렁인다. 결과적으로 친구들은 중간고사를 치르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치들과 안 하겠다는 부류로 양분되지만, 내신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친구들도 상황이 상황인 지라 어느 정도 공을 들인지는 각각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아 인제 중간고산데 공부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야, 당연히 공부해야지 대학 가는 데 들어가잖아. 나도 안 할라 그랬는데 대충이라도 해야겠다."

"공업 같은 과목도 해야 되냐?"


"명문대가 아닌 이상 그런 과목까지 보지는 않을 것 같고 국어, 영어, 수학, 문과니까 사회과 과목들은 다 해 두어야겠지."

"아, 근데 솔직히 부담된다. 인제 40일대로 접어들었는데 너무 촉박해."


"근데 한 달 남겨 두었다고 해도, 그 시간에 수능 공부 한다고 몇 점이나 오를까. 내신을 해 두는 게 낫지."

"너 같은 경우야 모르지만, 나 같은 얘들은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 몰라 난 하여튼 당일치기 할 거야."


일주일을 잡아서 공부를 하겠다는 친구도 있고 당일치기를 해서라도 하긴 하겠다는 친구들도 있다. 이에 반해 아예 안 하겠다는 친구들도 있고……. 아예 안 하겠다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그냥 하기 싫어서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중간고사를 늦게 본다. 이를테면 10월 4일을 시작으로 해서 10월 10일에 끝이 나니 고3에겐 전혀 이로울 것이 없는 시간 편성이다. 게다가 2학기 수시 모집에 응시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논술이네 면접이네 준비해야 한다고 시간 없다고 아우성이니 그네들이 포기한다고 해서 어떤 말이라도 해 줄 형편이 아닌 것이다.

본인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선택에서 갈팡질팡 딜레마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모의고사 점수가 신통치 않아 수능 공부에 중점을 두고 공부를 해야하고, 지금 상태에서 중간고사 잘 봐야 가시적으로 대학 가는 데 도움 줄지도 미지수인 상황인 데다가 며칠 후 치러야 하는 모 대학 논술 고사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중간고사를 아예 포기하자니 무언가 찝찝한 감도 들고…….

서강훈
어쩌면 이러한 고민은 나만의 고민만은 아닌 듯하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과, 조언을 청한 선배 누나에게서 '원래 그때쯤 되면 그런 고민들 많이들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간에 결코 후회할 만한 결과를 맞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결국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것은 '당일치기'밖엔 없나 보다. 박쥐같긴 하지만, 딜레마에 빠진 고딩이 궁리 끝에 생각해낸 현명한 해결책이란 것은 '초치기' 정도인 것이다.

'취하기도 그렇고 완전히 버리기도 그렇고.' 중간고사란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계륵(鷄肋)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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