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봉선사 오솔길을 거닐어 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봉선사 가을산책

등록 2003.10.03 11:06수정 2003.10.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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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참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지요? 아마 '울밑에선 봉선화야...' 이런 노래 때문에 더 여리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봉선사는 봉선화만큼이나 예쁜 절이지요.

봉선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부도밭입니다. 부도밭 입구에 "안내 받지 않는 사람은 들어오지 마세요" 라고 쓰여 있네요. 제가 안내하고 제 아들이 들으면 되지요..하하


a 춘원 이광수 추모비

춘원 이광수 추모비 ⓒ 이종원

독립운동가이자 대장경의 한글 번역을 주도한 운허스님의 부도가 아주 크고 정성이 가득 담겨져 있답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비가 하나 보이네요. 운허당의 사촌이자 근세기의 천재인 이광수의 추모비가 서 있습니다. 소설가, 언론인, 민족운동가, 계몽사상가에다가 친일파란 오명까지 가지고 있는 분이지요. 원래 선구자는 불행할 수밖에 없나봅니다. 특히 줄을 잘못서면 더욱 그렇습니다.

서정주씨가 친일운동하고 나서 나중에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어요.
"해방이 그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
해방 후 이광수는 그런 고단한 삶을 사촌형인 운허스님에게 맡기고 불교에 심취하며, 경전해석을 하며 남은 여생을 불교에 바치려고 했답니다. 지난날의 반성도 할 겸....
그러나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6.25가 발발하고 친일파인 이광수를 인민군이 가만히 놔두었을까요? 북으로 끌려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답니다. 어쩌면 시대를 잘못 만난 비극이지요.

비문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아내와 아들,딸이 생사도 모르는 남편과 아버지를 위해 비를 세웠습니다. 그 애절한 정은 이해가 갑니다. 비문엔 '인간본연의 자유사상을 지녔고..안창호의 인격혁신운동에 심취했고..종교적 신앙이 대단했느니....'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시대 지식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징용에 끌려가 죽어야만 했고 정신대에서 끌려가 능멸 당해야만 했는지...그것은 비문에 새기고 싶지 않았겠지요.

여느 사찰처럼 입구엔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습니다.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역사처럼 가지팔을 한 쪽으로 올렸습니다. 높이가 20미터, 허리 둘레만 12미터랍니다. 나이는 무려 500살입니다.

사찰 들어가는 곳에 커다란 거울이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의미에서 거울을 달았겠지요. 정수가거울 보면서 뭐라고 했느지 아십니까?
" 거울아 거울아..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이정수..그럴줄 알았어"
혼자서 원맨쇼를 하고 있어요.


a 약수터

약수터 ⓒ 이종원

약수터가 보입니다. 부처님을 뵙기 전에 감로수 한 잔 마시고 시작합니다.봉선사의 약수는 물 맛 좋기로 소문이 났답니다. 우리나라 100대 약수 중에 하나랍니다. 물이 워낙 많아서 긴 작대기를 매단 바가지로 물을 퍼 마신답니다. 그런데 저는 똥푸는 바가지가 자꾸 떠오르니... 아주 큰 죄인인가 봐요.
성수도 한 잔 마셨습니다. 정말 물 맛이 좋은가봐요.
'캬-'를 연발합니다.

a 댓돌위의 하얀고무신

댓돌위의 하얀고무신 ⓒ 이종원

요사채 들어가는 문에는 담쟁이 넝쿨이 담을 넘어가고 있답니다. 참 예쁘더군요. 선방 댓돌 위에는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고무신이 보여요. 중생들은 그런 것만 봐도 마음이 깨끗해진답니다.


봉선사 '큰법당'에 올랐습니다. 고려때만 해도 봉선사는 작은 절이지요. 그런데 근처에 세조의 능인 광릉이 들어섰잖아요.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왕실을 지키는 원찰이 된 겁니다. 세조의 비이자 독실한 불교신자인 정희왕후가 크게 중창한 것이지요. 봉선사란 절 이름도...'선왕의 능을 받들어 모신다.(奉護先王之陵)'는 뜻이 담겼답니다.

명종때 문정황후 역시 대단한 불자지요. 불교중흥정책을 펴면서 강남의 봉은사를 선종의 우두머리 사찰로, 그리고 봉선사를 교종의 우두머리 사찰로 지정하여 전국 사찰을 총관할했습니다. 승과고시인인 교종시가 열린 곳도 바로 봉선사랍니다. 그 후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의 비운을 겪으면서...봉선사도 쓰러졌습니다.

a 대웅전 대신 큰법당이라는 한글 현판을 달고 있다.

대웅전 대신 큰법당이라는 한글 현판을 달고 있다. ⓒ 이종원

근세의 고승인 운허스님은 대장경의 한글 번역을 시도하고 대중교화에 전력을 다합니다. 현판도 대웅전이라고 하지 않고 '큰법당'이란 한글현판을 달고 있습니다. 한글이 참 단아합니다. '한글도 묵직한 기교를 부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a 궁궐건물처럼 보이는 방적당

궁궐건물처럼 보이는 방적당 ⓒ 이종원

큰법당 오른편에 '방적당'이 있습니다. 궁궐 건물처럼 크고 우람합니다. 문살도 참 예쁘구요. 지금은 강의를 듣는 강원으로 쓰고 있답니다. 몇 년전에 스님과 수녀님이 이곳 툇마루에 걸터 앉아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보았답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누면서 산다면 세상은 참 아름다울 겁니다.

a 삼층석탑과 풍경

삼층석탑과 풍경 ⓒ 이종원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풍경이 흔들립니다.
솔솔 가을바람이 불고
청량한 소리가 하늘을 울리네요.
마음껏 흐느껴라..물고기야.

큰법당 앞에 삼층탑이 서 있습니다.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인도에서 가져왔겠지요? 경복궁의 갈항리 탑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아주 날렵하게 생겼습니다. 성수가 탑 난간석을 넘고 있어요. 아주 말썽장이랍니다. 아마 이승엽이 홈런 신기록 때리면 운동장에 뛰어 들어 갈지도 몰라요. 하하

아이들과 함께 절집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큰법당 뒤에는 자그만 돌탑이 쌓여 있네요. 돌에 불자들의 염원이 담겨져 있겠지요. 관음전 안에 피아노가 있네요. 법당에 피아노를 보니 참 신기합니다.
봉선사는 정원을 잘 가꾸었더군요. 꽃을 사랑하는 스님이 많을 겁니다. '보고 가는 꽃밭 '이라고 쓰여진 선돌이 보입니다. 단순한 이름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대웅전 우측에 있었던 운하당 건물이 없어졌어요. 다시 지으려고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공사판은 제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어요. 횟가루로 이름 쓰고, 모래집을 짓고...모래를 보니 해수욕장이 생각나는가 봅니다.

a 봉선사 동종과 보살입상

봉선사 동종과 보살입상 ⓒ 이종원

봉선사동종 (보물 397호)

봉선사에는 유명한 동종이 있어요. 정희왕후가 세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했는데 높이가 2.3미터 지름이 1.5미터. 쌍룡이 거대한 종의 무게를 안고 있어요. 아주 웅장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었답니다. 당대 문호인 강희맹의 명문도 보이구요. 이에 대한 해석문이 기둥에 붙어 있어요.

a 동종에 새겨진 파도문양

동종에 새겨진 파도문양 ⓒ 이종원

정교하게 가는 선으로 보살입상이 그려져 있는데 구성과 조각은 조선의 조각사를 대표한답니다. 띠의 파도문양을 보세요.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보이지요? 빨려 들어갈 것 같습니다.

a 연꽃산책길그리고 연꽃의 씨앗인 연밥

연꽃산책길그리고 연꽃의 씨앗인 연밥 ⓒ 이종원

성수가 봉선사 강아지와 뽀뽀를 하고 나서야 봉선사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절집 바깥의 연못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연못엔 오리가 놀고 있습니다. 그림책에서만 보았던 오리를 직접 보니 성수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우산처럼 생긴 연 잎을 밑에 숨기도 하고..오솔길을 뛰기도 하고...터벅터벅 걷기도 하고....

a 해질녁 스님의 산책

해질녁 스님의 산책 ⓒ 이종원

저녁 무렵 스님이 산책을 합니다. 정수가 스님께 인사를 드렸어요.
"스님 안녕하세요?"
그럼 스님은 정수에게 합장을 합니다.
"아빠..왜 스님이 나한테 기도를 하지?"

봉선사 여행정보

대중교통
의정부 (기차, 지하철, 버스 이용)-광릉 수목원
의정부~광릉내 간 시내버스는 08:30~19:00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
의정부~광릉내 시내버스 이용시 40분 소요

자가운전
서울-퇴계원 사거리-47번-6번 국도-퇴계원-전도치 사거리(우회전)-진접-부평교 삼거리(좌회전)-봉선사

주차비/입장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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