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 성가대원들과 함께 교회 앞에서느릿느릿 박철
하루는 장로님 한 분이 찾아오셔서 “목사님 농사 그만 두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어렵게 말씀을 하신다. 교인들 집 농사를 거드는 것도 대단히 조심스럽다. 50여 가구 되는 가정을 다 도울 수 없다. 어차피 선택을 해야 한다. 일손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아예 교인이 아닌 집을 돕는다. 그런데 그렇게 농사를 거들다 여러번 오해를 받는다.
목사가 농민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농사시늉 하기도 어렵다. 요즘도 텃밭을 가꾼다. 마늘, 상추, 강낭콩, 파, 감자, 가지, 토마토, 땅콩… 등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제초제를 안 주니 풀이 엄청나다. 장마철 비 온다고 잠시만 내버려두어도 완전 풀밭이다. 김매는 일은 거의 아내 몫이다.
농사꾼이라지만 완전 낙제 농사꾼이다. 그리고 농촌에서 살면서 교회의 새로운 모델, 이상적인 모범을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는데, 별로 큰 성과가 없다. 그러니 얼치기 목사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나는 농촌이 좋다. 흙이 좋고, 들이 좋고, 산도 좋고, 나무도 좋고, 풍경이 좋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제일 좋다.
내가 목회도 신통치 않게 하면서 가는 교회마다 최 장수 목회를 했다. 나를 불러주는 데가 없어서 그렇긴 하지만…. 내 설교 주제의 절반은 ‘감사’다. 언제인가 컴퓨터 기록장치에서 내 설교를 참고하기 위해 키워드로 ‘감사’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더니, 설교의 절반 이상이 감사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내 생활에 ‘감사’가 없기에 아니면, 교우들이 ‘감사’에 인색한 삶을 살기에 ‘감사’라는 설교를 자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강요된 어거지 감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감사’를 생활화하면 할수록 공짜로 생기는 보너스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사’가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