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대봉입니다. 홍시 제철입니다. 한번 드셔보시지요.김규환
<조홍시가>가 남의 일이 아니다
남도 들판도 하나씩 비어가고 있다. 낙엽 지고 벼와 밭곡식 거둬들였으니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무 배추 뽑아 김장하고 마저 남은 감만 따서 저장하면 올 가을걷이는 끝난다. 이렇게 잔치는 끝나는 건가?
조선시대 박인로(朴仁老:1561∼1642)가 지은 <조홍시가(早紅枾歌)>에는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柚子)가 안이라도 품엄즉도하다마는, 품어가 반기리 업슬씌 글로 설워하나이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친구 이덕형이 홍시를 보내자 상에 차려놓고 같이 먹으려 하나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슬퍼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학교에서 배울 때는 그저 '남 이야기겠거니, 나에겐 그런 일 없을 거야!'하던 이야기다. 이젠 그게 아니다. 이미 내가 박인로의 심상에 빠져 사모곡(思母曲)을 불러야 할 처지가 되었다. 특히나 생전에 당신께서 좋아하셨다면 눈물이 앞을 가려 맘놓고 하나 먹어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