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아름답고 숙연합니다

겨울의 길목에서 피어나는 꽃 몽우리들을 보며

등록 2003.11.20 07:14수정 2003.11.20 15:3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김민수

'시작'은 언제든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도 다시금 시작하는 이들을 만나면 삶이란 저렇게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구나 깨닫게 됩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저 비가 그치면 겨울이 성큼 앞으로 다가오겠지 생각하니 월동준비를 다하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면서도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로 촉촉해지고 있는 대지를 바라보니 저 작은 물방울 하나 하나에 귀한 생명이 들어 있구나 감사하게 됩니다.

5월의 여왕인 장미가 돌담 위로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꽃 몽우리를 내었습니다. 철없는 짓인 것 같으면서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것이 '시작'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간혹 시간 또는 세월이라는 굴레에 붙잡혀서 '이젠 늦었어!'하며 체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라도 늦은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a

ⓒ 김민수

동백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 몽우리들과 어우러져 막 피기 시작할 무렵의 꽃들은 어찌 그리도 진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겨울꽃입니다. 동백(冬柏)은 하얀 눈과 어울리는 꽃으로 겨울을 열어 가는 꽃입니다. 연다는 것은 바로 '시작'하는 것이죠. 겨울에 수선화와 더불어 겨울 들판을 적막하지 않도록, 황량하지 않도록 만들어 가는 꽃입니다.

법정 스님은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꽃들이 떠난 들판'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황량하고, 쓸쓸하고, 적막하겠습니까?

때로는 시작한다는 것, 열어간다는 것은 고난의 길이요, 좁은 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고난은 더욱 더 찬란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갑니다.


a

ⓒ 김민수

겨울의 길목에서 피어나는 꽃 몽우리들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어쩌면 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흰눈이라도 내려버리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로 온 몸이 얼어버리면 그냥 그렇게 푸름을 잃어버리고 말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그 일이 내일, 아니 오늘밤에 다가온다고 할지라도 코스모스는 자신을 피우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꼿꼿한 모습으로 서서 당당하게 겨울을 맞이하려는 듯 합니다.

'시작'은 언제나 아름답고 숙연합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신다면 다시 시작하십시오. 삶에 절망이란 없는 법입니다. 늘 하던 일이라 매사에 의욕이 없고 그날이 그날 같다면 다시 시작하십시오. 삶이란 대충 살아서도 안 될 일입니다.


'시작'이라는 것은 설렘을 가져오고, 설렘은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모든 일들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려고 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