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8일자 정진홍 논설위원의 칼럼
언론학 박사 정진홍. 한때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서 비판언론학 전공자를 자처했던 그는 현재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정진홍의 SBS 전망대>(오전 6시5분)의 진행자이며,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또 종합예술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KBS 2TV의 <100인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18일자 <중앙일보>를 본 독자들은 정진홍씨가 쓴 '이회창표 김치 vs 노무현표 김치'를 보았을 것이다. 이 칼럼에서 한 때 대통령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던 두 사람을 난도질할 수 있는 정씨는 어떤 사람일까?
박관용 국회의장의 비서출신인 그는 박 의장이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박관용씨를 따라 청와대에 들어갔다. 비서를 그만둔 후에도 두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후로 정씨는 젊은 나이에 <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의 칼럼니스트로 데뷔도 하고 또 교수도 되었다. 교수를 그만둔 후에는 방송과 신문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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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가을개편을 앞둔 지난 9월 나는 SBS 이사회에서 음주방송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종환씨의 MC 기용에 반대했고, 편파적 진행으로 구설수가 있는 정씨에 대해 재고를 요청한 바 있다. 정씨에 대해 재고를 요청한 까닭은 그의 정치적 편향성에서 나오는 편파적 진행 때문이었다.
정치적 편향성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편향성이 방송 진행에 영향을 미치느냐의 여부다. 예를 들어 유시민 의원의 경우 MBC <100분 토론>을 진행할 때 자신의 본업인 글쓰기를 극도로 자제한 바 있다. 또 진행자로서 방송 진행 중이나 기고를 포함하여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점을 늘 답답해 한 것으로 기억한다. 유시민의 정치적 성향은 당시에도 누구나 다 아는 바였다.
그렇다면 정진홍씨의 경우는 어떤가? 그의 정치적 성향은 그의 경력에서 이미 읽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 지지자다. 좋다. 한나라당 지지자도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을 수 있다.
유치하게 시사 프로그램도 아닌 <인물현대사>의 진행자 문성근씨를 교체하라고 윽박지르는 한나라당과는 다르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이 진행에서 편향적으로 나타날 때는 문제가 다르다. 그래서 재고를 요청했던 것이다.
다음은 '기고'의 문제다. 그가 <중앙일보>에 기고하는 '중앙시평'은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8일자에 게재된 '이회창표 김치 vs 노무현표 김치'는 편향적일 뿐 아니라 천박하기까지 하다.
"이회창표 김치는 한 마디로 너무 절여져서 결코 겉절이가 될 수 없는 것이 겉절이 흉내내다가 낭패를 본 경우"이며 "노무현표 김치는 절임이 생략된 겉절이"로서 "지난 겨울 그 겉절이 맛에 '뻑' 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오래 되면 먹을 수 없게 되는 가짜 김치라는 설명이다.
정씨는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어서 과거처럼 서슬 퍼렇게 권위주의 정치를 했어도 그를 이렇게 조롱할 수 있었을까? 천박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 그건 <중앙일보>와 그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편향성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겹치기 때문이다.
정씨의 글을 보고 그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한 독자들이 '정진홍의 SBS 전망대'를 청취하게 되는 경우와, '정진홍의 SBS 전망대' 애청자들이 정진홍의 글을 보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자는 '보강효과'를, 후자는 '설득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어느 경우나 공정하지 않으며, 대중을 미혹케 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신문 기고와 방송 진행은 다르다. 따라서 <중앙일보> 기고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지 않겠지만, '정진홍의 SBS 전망대'의 경우는 지나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성향, 편향적인 진행, 방송진행자로서 사려깊지 못한 신문 기고 등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부적격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SBS의 프로그램 제작자는 정씨의 '막강한 배경'(?) 때문에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정씨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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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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