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고추, 그 꽃 한번 보세요

내게로 다가온 꽃들(11)

등록 2003.12.24 06:11수정 2003.12.2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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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고추는 우리 민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양념 중 하나입니다. 물론 풋고추에 고추장을 듬뿍발라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만 김치에는 물론이요, 각종 찌개를 만들 때에도 거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고추입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이 들판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식구들의 먹을거리를 조금이나마 자급자족하려고 했더니 각종 채소마다 꽃을 피우는데 그 꽃의 모양새도 무척이나 예쁘고, 각양각색입니다.


나중에 소개해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호박, 가지, 오이, 부추, 상추, 갓, 쑥갓, 깨, 배추, 무, 감자에 이르기까지 꽃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그 모든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감탄하게 되고, 감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추처럼 여러 가지 양념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도 드문 것 같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꽃들이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노란꽃이 가장 많고, 고추처럼 흰꽃, 그리고 자주 빛을 간직하고 있는 감자꽃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식용가능한 채소류의 꽃들 대부분이 화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민수
고추는 남아메리카가 고향이라고 합니다. 열대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는 고추를 계속 따먹을 수 있습니다. 제주에 사는 덕분에 얼마전까지도 텃밭에서 풋고추를 따먹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내력에 대해서 구전되는 말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놈들이 조선 사람들을 독한 고추로 독살하려고 가져와 재배하게 했으나, 우리 조상들은 오히려 고추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여러 문헌에는 고추가 임진왜란 때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고추의 쓰임새는 다양합니다. 김치를 담글 때는 물론, 장을 담근 뒤에 독 속에 숯과 함께 붉은 고추를 집어넣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들을 낳으면 새끼줄에 붉은 고추와 숯을 걸어 놓기도 했는데, 이는이것이 악귀를 쫓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추는 우리의 친숙한 먹을거리일 뿐만 아니라 민간신앙에서도 그 흔적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민수
고추는 열매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파리도 좋은 찬거리가 됩니다. 그 맛을 표현하라면 고소하고, 장에 절여 겨울에 먹으면 그것 또한 별미였습니다. 이렇게 열매뿐만 아니라 이파리까지 남김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고추입니다.


또한 어린 시절 새총을 만들 때 산에 가서 Y자형 나무 구하기가 어려우면 고춧대를 이용해서 새총도 만들었고,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불쏘시개로도 그만이었습니다. 자신이 몸이 버썩 마르고 기계나 절구에 산산히 부서지는 아픔까지 감수하면서 온갖 양념으로 변형돼 제 맛을 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덕이 드러나지 않는 일은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양념처럼 스며드는 일, 그래서 보이지 않게 맛을 내는 일은 꺼려합니다. 그러나 비록 소금처럼 녹아져서, 고추처럼 버무려져서 자신의 모양은 없지만 그 맛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기에 이 세상은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고추는 몇 종류나 될까요? 100여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맨 마지막 사진에 대한 설명을 미리 하자면 구도가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저렇게 놔야 제대로 된 모습이랍니다. 화초 고추라고 하는데, 화초 고추는 하늘을 향해 열매를 맺습니다. 이런 저런 종류와 산지의 이름을 따서 고추의 이름이 불리워집니다.

제가 얼추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산지의 이름을 따라 불리워 지는 음성고추,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 임실고추, 천안고추, 영양고추가 있습니다. 고추의 매운 맛을 적당히 섭취하면 위에도 적당한 자극을 주어서 식욕을 상승시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타민C도 사과의 20배가 넘는다고 하니 참 좋은 채소입니다.

화초고추-고추가 하늘을 향해서 열립니다.
화초고추-고추가 하늘을 향해서 열립니다.김민수
오늘은 <감자꽃>이라는 시를 쓰신 권태응 시인의 <고추>라는 시와 별미로 어머님께서 해주시던 고추김치 만드는 법을 소개해 드리면서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추는 빨개야만
고추다웁고

고추는 매워야만
고추다웁다.

예로부터
아주 아득한 예로부터

사뭇 즐겨 온
우리의 고추.


고추김치, 이렇게 만들어 보세요

1. 재료 : 큰 풋고추 먹을 만큼, 붉은 고추 약간, 무, 당근, 식초, 소금

2. 만드는 법

1) 고추는 반으로 갈라서 씨를 빼고 소금에 살짝 절인다.
2)무와 당근은 채를 썰은 후 소금에 살짝 절여 간이 들면 씻어서 식초를 뿌린다.
3)붉은 고추를 채로 썰은 후 간을 한 무채와 색을 맞춘다. 이때는 마른붉은 고추를 가위로 잘라 사용해도 된다.
4)반으로 갈라 소금에 저린 풋고추에 2)와 3)을 채운다.
5)차곡차곡 반찬통에 쌓고 굵은 소금을 살짝 뿌린 다음 하루나 이틀정도 익힌다.

맵지 않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랍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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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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