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이선희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게 늘 낯설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먼저 따스한 눈으로, 따스한 미소로 다가가면 쉽게 이웃이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산야에 사시사철 피어있는 작은 꽃들, 그냥 예쁘다고만 하고 일상의 바쁜 시간들이 쫓겨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지나치니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한번 다가가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고 친구가 되니 이제는 꽃들이 먼저 아는 체를 합니다.
복수초, 별꽃, 자주달개비, 까마중, 꽃다지, 며느리밑씻개, 금창초, 민들레, 제비꽃, 오랑캐꽃, 현호색, 솔체, 물매화, 꽃잔디, 엉겅퀴, 동백, 모란, 백리향, 천리향, 만리향, 사위질빵, 으아리, 짚신나물, 쑥부쟁이, 양지꽃…. 세상의 아름다움, 어쩌면 그것은 우리들이 하나하나 이름 불러주면서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요?
어린 시절에는 자연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군것질거리로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입을 만족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몸에 모시면서 저절로 자연의 마음과 분위기를 닮아갔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풋풋한 보릿대, 달콤한 오디, 쓴맛 뒤에 단맛과 허기를 달래주던 칡뿌리, 개암열매, 밤, 아카시아꽃, 깜부기, 싱아, 산딸기, 뱀딸기, 이른 새벽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던 목화, 돼지감자, 삘기, 이른 봄 논두렁에서 캐먹던 국숫발같이 하얗던 메꽃뿌리, 까마중…. 이 모든 것들이 요즘 아이들이 즐겨 먹는 피자나 콜라보다 더 맛있었던 것만 같은 것은 향수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