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건물 모습조미영
만약, 여러분은 쓸모없이 방치된 건물의 존폐를 결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면 어떻게 할까? 깨끗이 밀어내 부지를 새롭게 활용한다면 한번의 고민으로 끝나겠지만, 이를 재활용한다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고민은 점점 커질 것이다.
더욱이 이 건물들이 공장이나 창고, 역전처럼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건물이라면 어떻게 용도변경을 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20세기 현대미술의 전시장으로 대표되는 '테이트 모던'은 2000년 5월 개관 당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보수적인 영국에 국제적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미술관 건물의 내력과 변모에 대한 호기심도 컸기 때문이다.
런던 템즈강 서남쪽에 위치한 이 건물은 원래 화력 발전소였다. 영국의 명물인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디자인한 자일스 길버트 스콧경이 1947년 설계한 것으로, 1963년 가동에 들어가 1981년 문을 닫은 후 방치된 채 음울하게 서 있었다. 그 뒤 낙후된 도시의 전형으로 보이던 이 지역은 정체된 후 쇠퇴해 가는 영국 사회의 단면처럼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발전소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1994년 미술관 건립을 위한 국제건축현상설계가 개최된다. 여기에서 새로운 전시공간을 찾던 테이트 재단과 도시의 균형발전을 모색하던 정부의 요구를 골고루 수용한 좋은 아이디어가 제출된 것이다.
현상설계에 참여한 세계 각지의 148개 업체 중 스위스의 쟈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므롱은 새로운 건물대신 기존 발전소의 외형 및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만 고친 설계안을 제시하여 수주에 성공했다.
길버트 스콧경의 건축물을 예술로 인정하며 보존하길 원하는 영국인들의 마음과 대중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입지선정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 지역의 발전과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은 덤으로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