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돌 위 달궈진 쇳덩이로 무얼 만들까. 원하는 것 있으면 다 부탁하세요.김규환
내가 아는 '성냥'은 두 가지가 있다. 흔히 불을 붙이는 것과 쇠를 불에 불리어 재생하거나 연장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성냥 하는 곳을 일컬어 '성냥간'이라고 하는데 '대장간'과 같은 말로 쓰였다.
대장간은 풀무를 놓고 시우쇠(무쇠를 불려서 만든 쇠붙이)를 다루어 온갖 연장을 만드는 곳으로 단철장(鍛鐵場) 또는 야장간(冶匠間), 풀무간으로 지방마다 다르게 쓰였다.
요즘 철물점이 동네마다 있는 것처럼 예전엔 성냥간도 30리에 하나는 있을 정도로 농경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낫, 칼, 호미, 괭이, 돌쩌귀, 풍경 등 작은 물건에서부터 쟁기에 들어가는 보습과 바닥쇠 그리고 흙을 까뒤집는 볏, 도끼, 꺾쇠, 톱 따위의 일상용품과 농기구를 자유자재로 쓰임새에 따라 척척 만들어냈다.
주물(鑄物)로 처리하지 않는 쇠붙이, 땜질 방식이 아닌 것은 웬만하면 이 성냥간에서 필요한 도구를 달궈 집게로 잡고 망치로 내리쳐 원하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두들기다가 담금질과 불림, 풀림을 거듭한 끝에 푸르스름하면서도 까무잡잡하게 만들어 자루까지 끼워준다.
대장장이가 성냥간에 정착을 한다는 것은 쉽지도 않고 흘러간 시간상으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착을 꿈꿀 나이에 허망하게 세상을 뜨거나 시대의 조류에 서서히 밀려나는 게 보통이었다. 대량생산 체계와는 맞지 않았던 까닭에 이젠 몇 군데 남지 않았고 그나마 남은 곳이나 그 일을 했던 일꾼도 몇 되지 않는다.
민속촌이나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우리의 관심사 밖인 존재다. 또한 중국산 헐값 연장 수입 이전과 기계화가 덜 진전된 80년대 초반까지가 어느 정도 제 구실을 하며 솜씨를 뽐냈다.
대장간에 몇 안 되는 살림살이를 장만하여 그래도 한 곳에 정착을 하려면 자릿세를 톡톡히 내야 하는 터라 날이면 날마다 길을 찾아 떠돌이 행세를 해야하는 대장장이의 삶은 어찌 보면 떠돌이 신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