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재신임 연계, <조선>이 먼저 주장

[주장]12월 27일 김대중 칼럼서... '승산' 없으니 반대하나

등록 2004.03.12 08:41수정 2004.03.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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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을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하겠다는 기자 회견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12일자 사설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니, 격렬히 성토했다. 사설 '여당 안 찍으면 대통령 안 한다는 건가'에서다.

관련기사- 여당 안 찍으면 대통령 안 한다는 건가


조선은 총선과 재신임 연계가 “타이밍을 찾기 위한 위계(僞計)”였으며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고 단정했다. 그런가? 노 대통령이 처음 재신임 발언을 했을 때 반색했던 것도, 그 방법으로 제시한 국민 투표를 반대했던 것도 조선이다. 그런 조선이 이제는 “노 대통령이 정말로 순수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 책임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이 생각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선은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기다려 그에 맞춰 조용히 진퇴의 결심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선거 결과가 나빠서 물러나겠다고 하면 조선은 환영하겠지만, 사전에 아무 말도 않다가 결과가 좋다고 하여 재신임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대통령이 말하면 조선이 이에 동의해 줄까? 아닐 것이다.

조선은 “총선 결과가 안 좋으면 물러나겠다는 전대미문의 행동을 하는 것은 결국 혼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이용해 열린우리당 득표를 늘려 보려는 총선 전략”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사실 그 ‘전대미문’의 전략은 당초 조선이 제안한 것이다. 김대중 기자의 2003년 12월 27일자 칼럼 '4월 총선으로 결판내야'에서였다.

관련기사- [김대중칼럼] '4월 총선'으로 결판내야


조선의 오피니언 면에서는 늘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문화비전·시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평기자도 아닌 이사 기자의 '총선 올인'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김씨는 여기서 "이기고 지는 것을 분명히 해 이길 경우와 질 경우의 시나리오를 정하고 서로 승복하기로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이 싸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에 대한 "반대의 집요함 때문에 동정의 그늘에 숨으려 한다는 것은 대통령답지 않다"며 자신의 제안에 따를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김씨의 구체적 제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4월 총선의 결과를 국민투표의 성격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그 지지세력이 승리하면 당연히 그는 재신임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정책으로, 그의 신념과 재능으로 소신껏 나라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반대세력은 그것이 '나라의 운명'이려니 하고 한발 물러서서 통상적 비판과 반대의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


반대로 노 정권이 과반수 득표, 또는 제1당이 되는 데 실패하면 그는 '지금의 노무현'에서 달라져야 한다. 물러나는 것은 헌법절차에 따른 별도의 문제다. 그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든지, 참모진을 개편해서 '반대'에 승복하고 '다른 노무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화끈하다. 어제 노 대통령이 구체적인 방법과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은 노 대통령의 총선-재신임 연계 발언을 환영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왜 태도를 돌변하여 극렬하게 반대할까?

조선은 12일자 사설에서 "지금 모든 총선 여론조사들이 열린우리당의 우세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시키고 있는 것은 당당하게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다. 그 여론조사란 게 지금으로서는 단순한 정당 지지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지만,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작년 12월의 바닥을 기는 수준에서 최근 들어 줄곧 1위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 '태도 돌변'의 배경인 셈이다.

나는 당시 김대중 기자의 제안에 찬성한 바 있다(<오마이뉴스> 12월 30일자, '조선일보도 4월 총선에 올인'). 재신임 발언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떤 식으로건 해소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그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론인이라면 개인의 정치적 선호와 관계없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조선을 두고 정치 집단적 성격을 띠고 있다느니 아무개 정당 당보(黨報)와 비슷하지 않으냐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관련기사- 조선일보도 4월 총선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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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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