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00

어떤 놈이야? (8)

등록 2004.03.19 14:59수정 2004.03.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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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술값을 받아내려던 기원의 원주는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다.

노발대발한 그는 앞으로 영원히 방조선이나 금동아, 이중앙 등이 데리고 있는 놈들에게는 술을 팔지 말라고 하였다.


선무곡에 있는 모든 주가(酒家)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선무삼의 휘하에 있는 놈들에게 술을 팔 경우 선금을 받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가기 전에 꼭 은자를 받아내라는 것이다.

상인들 사이에서 흔히 융통되는 비전(飛錢: 당, 송 나라 시절의 어음제도. 편전(便錢), 편환(便換)이라고도 하며 당나라 중기 이후 상품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운반하기 불편한 동전 대신에 보급되었다)도 받아서는 안 되며, 외상은 더더군다나 안 된다고 하였다.

경험상 그랬다가는 영원히 술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선무곡 역사상 놈들에게 외상을 주었다가 은자를 받은 술집은 거의 없다. 외상의 경우에는 준다 준다 하면서 십년 이상을 끌기가 일쑤인데 그러고도 언제 받을지 알 수가 없다.

비전을 받았을 경우에는 여지없이 부도가 났다.


만일 계속해서 술값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기원의 구린 구석을 찾아내 온 천하에 알리겠다면서 거꾸로 협박하여 은자를 뜯어 가는 그야말로 파렴치한 놈들이다.

기원의 원주가 펄펄 뛰고 있을 무렵 조잡재와 세 마리 생쥐들은 다향루 지하에 마련된 뇌옥에 하옥되어 있었다.


늦은 오후, 술이 깰 때가 되자 가장 먼저 조잡재가 의사청 기둥에 묶였다.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묶고 나자 정신을 차렸고, 그와 동시에 일타홍의 주먹질이 시작된 것이다.

"퍼퍽! 퍼퍼퍼퍽! 퍼퍼퍼퍼퍼퍼퍽!"
"으윽! 으악! 악! 윽! 캑! 헉! 으윽! 끄윽! 아아악! 끄으응!"

“흥! 겨우 이 정도에? 어림도 없지. 놈이 정신을 차리도록 찬물을 끼얹으세요.”
“존명!”

일타홍의 명에 흑의복면을 한 단원 가운데 하나가 준비된 물통의 물을 끼얹었다.

"촤아아악!"
“끄으응! 푸으으으! 으으으! 으으으으!”
“이봐, 늙은이! 또 한번 헛소리를….”

일타홍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혼절했던 깨어난 조잡재의 말 때문이었다.

“으으으! 이 나쁜 년! 어서 이걸 풀지 못해?”
“뭐 나쁜 년? 이게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좋아, 주먹질은 참을 만하다 이거지? 그럼 아주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일타홍은 허리를 감고 있던 채찍을 풀었다.

그것은 질기디 질긴 고래 힘줄에 역시 질기로 이름난 천잠사를 꼬아 만든 것으로 가전기보(家傳奇寶)였다.

가죽으로 만든 보통의 채찍은 예리한 날을 가진 검이나 도, 혹은 겸(鎌: 낫)과 같은 병장기와 맞부딪치면 끊어지게 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 채찍에는 만년한철로 만든 가시들이 수없이 박혀 있다. 따라서 이것에 격중되면 혼이 떨어지고 백이 흩어질 정도로 아프다 하여 추혼산백편(墜魂散魄鞭)이라 불린다.

묶여 있는 끈을 풀려는 듯 심하게 몸부림치는 조잡재를 잠깐 노려본 일타홍은 말 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쐐에에에엑! 촤아아악!"
“아아아악! 허억! 으으으!”

예리한 파공음에 이은 파육음,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잡재로는 평생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고통이었다. 하긴 의방에서 병부잡이 생활을 하면서 늘 거들먹거리기나 하던 그가 어찌 이런 고통을 맛보았겠는가!

"쐐에에에에엑! 촤아악!"
“크아아아악!”

"쐐에에에엑! 촤아아악!"
“아아아악! 그, 그만! 으으으!”

단 세번의 채찍질이었지만 조잡재가 걸치고 있던 비단 화복(華服)은 넝마가 되어 버렸다. 채찍의 끝에 달린 가시들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풀리면서 갈기갈기 찢은 결과였다.

벌거벗겨진 그의 상체에는 시뻘건 뱀이 꿈틀대는 듯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그곳으로부터 선혈이 솟아나고 있었다.

일타홍은 조잡재를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그저 한 마리 똥개이기에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결과였다.

“사, 사람 살려!”
“크큭! 미친 놈! 아니 미친 똥개 같은 새끼!”

겨우 세대를 맞고 살려달라는 소리를 내는 조잡재를 본 일타홍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었다. 이때 뒤에서 구경만 하던 단원 가운데 하나가 나섰다.

“군사! 속하들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무슨 기회를 말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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