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당 의원에 대한 일부 노무현 지지자들의 비난을 기사화한 <조선닷컴> 3월 16일 기사.
<태극기 휘날리며>의 편리한 이분법은 탄핵 정국의 일부 '노빠'(노무현 오빠부대)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양비론'과 '중간층'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친노'냐 '반노'냐는 이분법으로 '우리편'과 '적'을 가른다.
일부 노빠들은 그들이 어느 편에 있었건 현재에 친노면 과거를 불문하고 '우리편'으로 싸고돌고, 과거에 노무현을 지지했던 같은 편이더라도 현재에 반노면 '적'으로 간주해 인격살인의 '총질'을 해댄다. 진태가 구두닦이 시절에 친동생처럼 데리고 있었는데 전쟁이 나서 자신이 국군에 끌려오듯 인민군에 끌려와 '붉은 옷'을 입고 있는 한동네 꼬맹이에게 맹목의 총질을 해대듯이.
일부'노빠'와 장동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당초 민주당의 탄핵 추진 당론에 반대했으나 11일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사과를 거부하자 탄핵 지지로 돌아선 추미애 의원을 지칭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구호삼아 외쳤다. 이 불미스런 사건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도한 언론도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조선일보>라는 사실을 이들이 알까.
추미애가 누구인가. 불법대선자금 때문에 '희망'의 이미지는 퇴색했지만, 그래도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히트 상품'인 '희망돼지 모금운동'을 성공시킨 주인공 아닌가. 당시 민주당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유력한 '차기 주자'인 정동영·추미애 의원을 선대위와는 별도로 움직인 국민참여운동본부(국참)의 본부장으로 내세웠고, 차기 주자의 경쟁심리까지도 감안한 이 '투톱'은 각각 돼지아빠·돼지엄마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희망돼지 분양을 성공시켰다.
그때 전국 투어 지원유세를 취재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추미애는 '노무현 선거운동'을 하는데, 정동영은 '정동영 선거운동'을 한다고. 그도 그럴 것이 추미애 의원은 1시간 지원유세를 하면 50분은 노무현 후보에 할애하고 그 10분의 1인 5분을 "저 추미애는∼"이라고 자신을 홍보하는 데 쓰는 데 반해, 정동영 의원은 그 반대로 50분을 "나 정동영은∼"에 할애할 때가 많았다. 즉 정동영 본부장은 국참 본부장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원하는 전국 투어의 기회에 차기 주자로서 '예비 대통령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그런데 추 의원의 이런 헌신은 온데 간데 없고 다만 분당에 반대해 민주당에 남은 것만으로, 또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적'으로 간주된 것이다. 일부 극렬 노무현 지지자들의 이런 맹목성과 이성의 결여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을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후단협 철새들 vs 독수리 5형제... 김문수·이재오 vs 김원웅의 차이점은?
일부 '노빠'들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서가 아니라 '국민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이런 논리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런 내심은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잔민당', 즉 '잔류민주당' 의원들과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근거로 이념·노선이나 정강정책의 차이보다는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의 존재를 든다. 지지도가 떨어졌다고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한 후보를 흔들어댄 이들과 어떻게 당을 함께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후단협 회원 중에는 지금 민주당(유용태·최명헌 의원 등)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강성구·김원길 의원 등)에 가 있는 사람도 있고, 또 열린우리당(김덕배·김명섭 의원 등)에도 있다. 그런데 일부 극렬 노무현 지지자들에게는 후단협 출신 중에서도 특히 민주당에 있는 후단협 출신만 '죽일 놈'이다. 말하자면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격이다.
지난 대선 이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가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김영춘·김부겸·안영근·이부영·이우재 의원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독수리 5형제'들은 민자당 활동 등으로 길게는 10년 넘게 '반노' 진영에 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1차 낙선자 명단에도 제외되는 '특혜'를 누려 논란이 일었는데, 그 사유는 '한나라당 시절 당 쇄신과 개혁을 위해 애쓴 점'이었다. 그러나 이부영 의원은 97년 대선에서는 물론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더 코미디 같은 현실은 공화당 사무처 직원 출신으로 민정당, 꼬마민주당, 한나라당을 거쳐 개혁당으로 '극과 극'을 달리다가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옮겨 탄 김원웅 의원은 낙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내걸고 개혁당을 창당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를 '노무현 전위부대'로 이용한 김원웅 개혁당 대표는 결국 옷을 바꿔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빠'들에게는 둘도 없는 '우리편'이 되었다.
정말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일까. 이들이 민중당 사무총장과 민중당 노동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선거에서는 각각 '반노의 선봉장'과 '저격수' 역할을 한 이재오·김문수 한나라당 의원과 뭐가 다를까.
정치인이 극에서 극으로 변신하는 데는 최소한의 설명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맹목적인 지지자들이 이들의 과거를 묻지 않았듯, '노빠'들에게도 과거는 불문이고 지금 당장 '친노'면 우리편이고 '반노'면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적인 것이다. 그 점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공유하는 열린우리당 일부 인사들의 인식도 일부 '노빠'들의 인식과 다를 바 없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영화라고 해서 '좋은 영화'는 아니다.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절대선'은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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