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02

어떤 놈이야? (10)

등록 2004.03.24 16:54수정 2004.03.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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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아직 곡주의 최종 결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에요. 조만간 결재를 득(得)하기 위해 서류가 올라갈 건데 그때 명단이 통째로 바꿔치기가 될 거예요.”
“그래봤자. 최견구 일당이 강력하게 들고 일어나면...?”

“호호! 그것도 생각해 보았지요. 그래서 이번 결재는 최견구가 직접 기안하고 작성해서 올리는 것으로 할 거예요. 그러니 나중에라도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없지요.”
“최견구가 제 자식이나 조카를 보내려고 할까요?”


“맞습니다. 그놈이 어떤 놈인데 그러자고 하겠습니까?”
“호호! 여러분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시면 되요.”

“……?”
“어찌되었건 이번 월빙보 파견대에는 소위 수구로 분류되는 자들의 자식이나 일가친척들이 망라될 거예요. 그리고 놈들은 월빙보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보내질 거예요.”

“그럼 죽을 수도 있는데요?”
“호호! 죽는 게 뭐 대수예요? 이놈들이 월빙보에 제자들을 파견하자고 할 때에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말한 거예요. 그러니 죽으면 죽는 거지요. 이번에 월빙보가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조사하겠다면서 장로들이 다녀온 걸 다 아시죠?”

“그럼요. 그때 암기들이 날아들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때 곡도들이 뭐라 했는지 알죠?”

“하하! 물론입니다. 어떤 곡도는 장로들 가운데 하나만 빼고 모조리 죽었어야 하는데 안 죽고 살아 온 게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반쯤 병신이 되서 왔어야 한다 했지요.”
“그럼, 그때 저놈이 뭐라 했는지도 알죠?”


“그럼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고, 위험할수록 더 빨리 제자들을 파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저놈의 뜻대로 하기로 한 거예요.”

“그런데 최견구가 과연…?”
“호호! 걱정 마세요. 놈이 앞장설 거예요. 왜냐구요? 호호! 그건 묻지 말아요. 천기가 누설되면 안되니까요.”
“그럼 저놈은 어떻게 하죠? 지금 죽일까요?”


일타홍은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조잡재를 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놈은 자식과 일가친척들이 모조리 죽었다는 소리를 들은 후에야 목을 벨 거예요. 그러니 그때까지는 살려 둬야지요.”
“……!”

“하지만 그냥 두면 심심하겠지요? 똥개는 하루라도 매를 안 맞으면 기어오르니까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매일 돌아가면서 패기로 해요.”
“하핫!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군사!”

“단, 중상을 입혀 다음 사람이 팰 수 없도록 하거나 죽여서는 안 되요. 알았지요? 뭐, 목숨에 지장만 없다면 병신을 만들어도 괜찮아요. 어차피 죽을 놈이니까요.”
“핫핫! 걱정 마십시오! 죽지 않을 만큼만 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군사! 그 동안 저 놈 때문에 곡도들이 겪은 고통만큼 아프도록 매일매일 패겠습니다. 핫핫핫!”
“이보게들! 내가 그전부터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오늘은 나부터 하면 안 될까?”

“그게 뭔데?”
“뭐 별거 아냐. 한 열흘쯤 굶은 쥐를 바지 속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래.”

“와아!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그런데 쥐는 있어?”
“하하! 물론이지. 팔뚝보다 조금 굵은 놈이 몇 마리 있지.”

“그래? 그럼 어서 가져와 봐. 우린 저놈 바지 아랫단을 묶고 있을 테니까. 재미있겠다. 안 그래? 쥐란 놈이 너무 배가 고파 저 놈 고추를 확 따먹어 버리는 건 아닐까?”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좋아, 궁금한데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아, 뭐해? 어서 저놈의 바지를 묶어.”

“끄, 끄으응...!”
“으잉? 이게 무슨 냄새야? 이런 벌어먹을 놈을 봤는가!”

“야! 쌌어.”
“싸? 뭘? 뭘 쌌는데?”
“뭐긴 뭐야? 뱃속에 든 개똥이지. 어휴 냄새!”

단원들끼리 오가는 소리를 듣던 조잡재는 바지 속에 굶주린 쥐를 집어 넣는다는 소리에 그만 생똥을 쌈과 동시에 기절해 버렸다. 그로서는 생전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후 조잡재는 죽지도 살지도 못할 고통에 잠겨야 하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야말로 죽지 않을 만큼 얻어 맞았다.

며칠 후, 조잡재는 아들 둘과 사위 셋, 그리고 조카 여섯 모두가 이번 월빙보 치안유지 작전에 동원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가장 위험한 지역에 배치되었으며, 도착 즉시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에도 그는 바짓가랑이 속을 제 마음대로 오가는 쥐새끼의 찍찍거리는 소리를 들어야만 하였다. 그날 이후 그는 언제 자식과 사위, 그리고 조카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올지 몰라 불안함에 떨던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냈다.

조잡재와 마찬가지로 불안에 떠는 사람은 둘이 더 있었다. 백잔성과 서성감이 그들이다. 그들 역시 자식과 일가 친척이 가장 위험한 지역에 배치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같이 잡혀왔던 신혜서는 월빙보 파견 제자들 틈에 끼워져 보내졌다. 그 역시 가장 위험한 지역에 배치되었으며 왜 제자들을 파견하라고 목청을 돋구었는지를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잡재의 뜻에 따라 일희일비하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깊이 반성하였다.

그러나 그의 그런 반성은 너무 늦었다. 어물거리다가 대열에서 낙오하는 바람에 분노한 월빙보 제자들에게 생포 당한 그는 죽음보다도 더한 고문 속에서 신음하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보호해 준다던 무림천자성 정의수호대원들은 선무곡 제자들이 파견된 지역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긴 대신 죽어 주겠다고 왔는데 그 위험한 지역에 왜 가겠는가?

무림천자성의 입장에서 보면 선무곡은 부려먹기 좋은 종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더욱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었다.

선무곡으로서는 앞으로도 밑지고 뒤로도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러나 곡도들의 생각은 그러하지 않았다. 파병된 놈들이 죽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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