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반대하는 탄핵, 국민이 재판비용 댄다?

[取중眞담] '탄핵심판' 대리인단 수임료 누가 지불하나

등록 2004.03.25 19:28수정 2004.03.2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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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무료 변론을 자청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 문재인 변호사)

"변호사 수임료는 국회예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탄핵 소추위원 대리인단 하광용 변호사)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건과 관련 두 당사자 변호사의 상반된 답변이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측과 이에 맞서는 피청구인측은 국내에서 최고의 명성과 연륜을 갖춘 변호사들로 진용을 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수임료)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짐작이다.

노 대통령측의 법률대리인단은 문재인(법무법인 부산) 변호사을 비롯해 유현석, 하경철, 이용훈, 이종왕, 박시환, 한승헌(법무법인 광장), 양삼승, 강보현, 조대현(이상 법무법인 화우), 윤용섭(법무법인 율촌), 김덕현(법무법인 호민) 변호사 등 12명.

반면 국회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6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법률인 조력을 하고 있는 대리인단 외부인사는 이시윤·한병채 전 헌재 재판관과 정기승 전 대법관, 안동일·임광규·민병국·김기수·이진우·김동철·정인봉·박준선·조봉규·하광룡 변호사 등 13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가 부당하게 제기한 탄핵소추 심판의 변호인 비용을 대통령이 내야하나"

얼마전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간사대리인으로 하는 노무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수임료를 놓고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이때 문 변호사는 지난 23일 기자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변호인의 수임료는) 프라이버시가 아닌가.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부담한다고 하는데… 개인이 부담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탄핵 심판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제기된 법률적인 문제가 아닌가. 제기도 국회라는 국가기관이 했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가 부당하다고 기각될 수도 있는데 왜 대통령 개인이 부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정쟁에 휘말릴 때마다 (이번 경우와 같이) 변호인을 선임하는데 일일이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지 않나."

문 변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회에 의해 부당하게 제기된 탄핵소추 심판의 변호인 비용을 대통령이 내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다른 법률 대리인들도 무료 변론을 지원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충분한 보수를 (변호인들에게) 줄만한 형편이 못되지만, (변호인들이) 수고하는 것에 대해 수임료를 지급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법률대리인단의 변호사들에게 개인자금을 털어 선임료 500만원씩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료 변론'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 대통령이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한 것이 아닌가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검사역인 소추위원을 돕고 있는 대리인단의 수임료는 누가 지불할까.

검사역의 소추위원 대리인단 수임료는 국민이 지불

검사역을 맡고있는 소추위원 김기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돕고 있는 대리인단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국회 예산에서 지불된다.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 중 한 명인 하광용 변호사는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국회 소추위원 측 의견서를 제출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소추위원의 대리인은 총 몇 명인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별적으로 위임을 받았기에 몇 명인지는 잘 모른다. 수임료도 받았다. (대리인단은) 회합을 하기도 하고, 연락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몇 명인지 모른다. 국회 법사위에서 알고 있지 않겠나."

이어 하 변호사는 '수임료를 받았다고 했는데, 국회의 예산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 예산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결국 노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수임료는 대통령이 부담하고, 탄핵 소추한 측의 변호인단의 수임료는 국민의 세금인 국회 예산에서 지급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한 변호사는 국회에서 제공하는 탄핵소추한 측의 변호인단 수임료와 관련 "대부분 관공서에서는 예규가 있다"면서 "1인당 1~2백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반대하는 탄핵심판, 국민이 돈내고 진행?

하지만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가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지난 20일밤 전국의 거리에 30만개의 촛불이 켜진 것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의 여론 조사를 통해 대통령 탄핵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탄핵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하 변호사의 말대로 '국회 예산'으로 소추위원 대리인단의 수임료를 지급한다면, 국민들 스스로가 반대하는 탄핵의 재판 비용을 국민이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과연 이들의 수임료를 국민의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일까?

나아가 이후에 헌법재판소가 청구인이 아닌 피청구인의 손을 들어주었을 때, 그에 따르는 변호사 비용뿐만 아니라 국고손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일까.

법률적인 공방을 앞두고 있는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과 노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이들은 몇날 몇일을 고심하면서 의견서를 작성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반대 논리를 펴고 있는 이들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한쪽은 국민의 세금으로 수임료를 받았고, 다른 한쪽은 자신들의 돈을 들여가며 법정에서의 대격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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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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