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호랑이 이야기 8

다시 나타난 붉은 눈의 호랑이

등록 2004.04.02 02:53수정 2004.04.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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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는 이 고아원에서 6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이 보육원의 원장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참 자상하고 친절하고, 불편한 것이 있으면 모든지 다 들어주는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리가 이 보육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아이들의 수가 정말 빨리 불어났고, 원장 선생님 역시 해가 갈수록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하루 늘어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근 몇 년사이 고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전쟁통도 아닌데, 고아들 투성이니, 원…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이상한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그 아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난데없이 땅에서 갑자기 연기가 솟으면서 뜨거워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동네에 갑자기 수도물이 끊겨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강물이건 시냇물이건 이유 없이 온통 썩어들어가서 물 구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뉴스시간에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요….

원장 선생님은 그 많은 아이들을 보며 혀만 끌끌 찰 뿐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고아가 아니었습니다. 어딘가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나들이 나갔다가 부모님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엄마 아빠가 출근하신 후 집에 돌아오지 않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냥 아빠 엄마가 자리에 없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상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자, 그 자상하던 원장 선생님은 자꾸만 늘어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점점 짜증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보육원에 돈이 부족한데 아이들은 계속 들어오느니 하면서 아이들에게 밥도 조금씩 주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세시만 되면 나오던 단팥빵 같은 간식도 먹어본지 오래되었습니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하루 종일 걱정이 가득찬 얼굴만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똑똑히 본 것은 바리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바리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도 보육원에서건, 동물원에서 호랑이들이 부모님을 데려갔다는 말만하면 미쳤다며 놀렸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바리와 놀아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육원에 또 다른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그 아이는 보육원에 들어오기 바로 3일 전에 부모님을 잃어버린 아이였습니다. 부모님을 잃어버린 후 파출소에서 지내다가 끝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바리의 방은 원장님 선생님 방 바로 앞에 있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온 바리는, 그 아이가 보육원에 들어오던 첫날 원장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 봤어요, 호랑이들이.. 호랑이들이 우리 엄마하고 아빠를 데리고 갔단 말이에요. 저는 나무 뒤에 숨어서 보고 있었어요, 다 봤다구요.”


원장 선생님이 볼펜으로 나무 책상을 딱딱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세상에, 바리 같은 계집애가 한 명 또 들어왔군 그래. 대체 어느 동물원에 갔다가 부모님을 잃어버렸더냐.”

“ 서울대공원이요.”

아이는 말하면서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왜 제말을 아무도 안 믿어주세요. 아무도…. 정말이에요 ..”

그 아이가 얼마나 서럽게 울고 있는지 특별히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습니다.

“ 그만 하자, 그만 해, 그렇게 운다고 부모님이 갑자가 나타나시는 것도 아니구.”

원장 선생님은 그 애를 데리고 원장실에서 나오시다가 방문 앞에 어색하게 서있는 바리를 보셨습니다.

“ 왜 거기서 그러고 서있는게냐? 아마 네 동생이 왔는가 보다.”

하면서 손을 잡고 있는 꼬마애를 바리에게 내보이셨습니다. 바리보다 한 서너 살은 어려보였습니다.

바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 날 바리는 학교에서도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에 갔다온 바리는 바로 앞공터에 혼자 앉아있는 그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아이는 짐짓 겁을 내며 얼굴을 피했습니다. 바리가 말했습니다.

“ 난 널 믿어.”

그 아이는 둥그런 눈을 꿈벅이며 뜽금없이 말을 꺼내는 바리를 쳐다보았습니다.

“ 나도 봤어, 우리 아빠하고 엄마, 그 호랑이가 데려가는거. 난 바로 그 앞에 있었는걸, 물감 번지는 것처럼 호랑이의 줄 안으로 빨려들어가 버렸지?”

그 아이는 놀란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난 바리야, 넌 이름이 뭐니?”
“난 혜리라고 하는데, 난 올해 10살이야,”
“그럼, 내가 언니로구나.”
“언니는 왜 호랑이가 안 잡아갔지?”
“ 나도 몰라. 내가 호랑이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뒤로 꼬리를 빼면서 그냥 사라져 버리더라구. 넌 못 봤니?”
“ 그때 엄마랑 아빠랑 우리 앞에서 호랑이들을 보고 있었어, 엄마랑 화장실에 갔었는데, 엄마가 먼저 밖으로 나갔었어, 조금 있다가 밖에 나와보니, 엄마 아빠 앞에 호랑이 한마리가 서있는거야. 두려워서 나무 뒤로 숨어버렸어. 그때 엄마 아빠가 막 소리지르는 걸 들었어, 겁 나서 눈을 꼭 감았어, 그리고 나니까 . 엄마도 아빠도 전부 사라져 버리고 없는거야. 그 호랑이가 데려간게 확실해”

그리고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 그때 난 호랑이 눈을 봤는데 정말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빨간 눈을 가지고 있었어, 아직도 기억해, 아빠와 엄마가 물감이 되어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호랑이 몸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는데 .”

바리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 언니도 서울대공원에 갔다가,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거야?”
“ 맞아.”

바리는 입고 있던 스웨터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렸습니다.

“ 혜리야. 내가 언니 해줄게, 내가 동생이 없거든. 여기서 네 말을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나랑 언니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자.”

그날 이후로 바리와 혜리는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학교도 같이 다니고, 그리고 밥도 같이 먹고 공부도 같이 했습니다.

혜리가 들어온지 일주일쯤 지나서였습니다.

바리와 혜리는 저녁을 먹었지만, 배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텔레비젼으로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텔레비젼이 있는 거실은 정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옆쪽으로 있었습니다. 누군가 정문에 나타나 문을 열었습니다. 키가 작은 아저씨가 노란 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가 바리를 보고 물었습니다.

“ 얘들아, 여기 원장 선생님 어디 계시니?”
”2층에 올라가시면 원장실 있는데요.”

말을 마치자 마자 그 아저씨는 종종 걸음으로 계단으로 올라갔습니다. 허리띠가 풀려있는지 무언가 바지 사이에서 덜렁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문득 그 아저씨를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층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되어 원장실 문이 열리면서 앙칼진 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더이상 나도 어쩔수가 없다구요. 이런 돈 가지곤 아이들 세 끼 먹이기도 힘들단 말예요. 두 끼만 먹여도 된다면 아이들 더 보내요, 전 더 이상 힘들어서 못살아. 왜 요즘 들어서 이렇게 엄마 아빠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많은 거야”

그러더니 문이 꽝 닫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아저씨가 다시 원장실에 들어간 것일까요? 그 아저씨는 다시 계단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층에서 문득 휭 하는 바람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에어컨이 돌아가는듯 커다란 선풍기가 돌아가는 듯 바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창문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언니!”

혜리는 소리를 지르며 바리 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리는 혜리의 손을 붙잡고 무조건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운동장 밖에서 내다보니 2층 창문이 온통 깨져있었고, 그 창문에서는…. 아, 날개 달린 원숭이 같은 것들이 아이들을 안고 날아나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원숭이 같은 것들의 팔을 물기도 하고 도망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원장선생님도 그놈들에게 붙잡혀 끌려나오고 있었습니다. 원장선생님은 창틀에 매달려 끌려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다가 문득 땅을 보고는 소리쳤습니다.

“호랑이다, 호랑이!”

정문 앞으로 호랑이 한마리가 어슬렁 거리며 나타났습니다. 그 날아다니는 원숭이 같은 것들이 데리고 나오는 아이들은 전부 그 호랑이의 몸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늘 위에 매달려있던 원장 선생님은 운동장에 서있던 바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바리는 원장선생님을 그냥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장선생님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호랑이 가죽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바리가 정신이 빠져 보고 있는 사이, 갑자기 바리의 눈 앞으로 한 징그러운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쭈글쭈글한 얼굴에, 털이 드문드문 있는 머리에, 온통 사마귀로 덮힌 말로만 듣던 요괴 같았습니다. 하지만, 바리의 얼굴을 보자 그 요괴는 땅으로 내려앉아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습니다.

바리도 겁이 나서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던 사이, 왼손을 누군가 낚아채었습니다. 그러나 그 손은, 바리 손을 잡고 있던 혜리를 낚아채어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 언니 !”

그 요괴에 붙잡힌 혜리는 순식간에 호랑이 몸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야! 이 나쁜 호랑아!”

바리는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호랑이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호랑이는 바리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동물원에서 엄마 아빠를 데려간 불꽃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호랑이였습니다.

바리가 호랑이에게 다가가자 호랑이는 겁난 표정을 지으면서, 뒷걸음질 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바리는 용기가 생겨서 그 호랑이쪽으로 점점 한발짝식 가까이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호랑이 뒤로 다른 호랑이 한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그 호랑이는 산을 흔들만한 함성을 지르며 그 눈이 붉은 호랑이의 등 위에서 갑자기 솟아올라 바리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바리는 그 호랑이를 피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 했지만, 그 호랑이는 바리를 덥석 물고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리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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