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건 입다물고 필요할 때만 입여는 국방부

[取중眞담] 신일순 대장 조사, 브리핑 한번 없이 침묵으로 일관

등록 2004.05.08 16:54수정 2004.05.0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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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억6천여만원의 공금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일순(육군대장·육사 26기) 대장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단장 김석영 공군대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군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현역 대장급 장성이 비리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조사를 받고 급기야 영장청구 준비단계에 들어간 것은 창군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군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대장이 우리 군의 조직과 지휘체계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이 단독으로 작전권을 갖고 있지 않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연합사 부사령관이라는 위치가 지닌 위상은 상징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당혹스런 군... 침묵하는 군

며칠전부터 관련 내용을 보도해온 언론들은 신 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곧바로 청구될 듯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3차 조사가 이뤄진 8일 현재 영장신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일부 언론의 보도는 지나치게 앞서간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만도 하다. 그러나 이를 언론의 성급한 보도라고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국방부 검찰단은 신 대장을 상대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세 차례 소환해 지난 99년 11월부터 2년간 군단장으로 근무하면서 부대공금, 장병격려비, 복지기금 등에서 1억2천여만원을, 연합사 부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공금 약 3500만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군검찰은 지난 3월 말 이같은 제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으며, 관련 서류조사와 경리장교 출신자 등 부대 관계자들에 대한 진술을 통해 신 대장이 횡령한 1억6천만원이 부인의 옷값과 아들 레크리에이션비용, 골프접대비 등에 쓰인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했다. 신 대장은 군 검찰조사에서 공금유용에 대해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모두 언론의 취재를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다. 그간 국방부는 신 대장에 대해 3일 동안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공식 브리핑을 단 한번도 가진 바 없다. 현재 국방부를 통해서 이번 신 대장 건 관련취재가 이뤄지는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국방부 공보담당자는 "소환단계가 이뤄지면 반드시 브리핑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언론은 공식 루트가 아닌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를 보도하고 있을 뿐 국방부는 일체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한 출입기자는 "국방부 측은 단순히 '정식 소환이 아니라 자진출두 형식으로 나와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첫 보도가 나간 이후 군검찰의 소환계획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곤란한 건 입다물고 필요한 건 대응하나

이어 그는 "신 대장이 자진출두를 했다고는 하지만 세 차례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자체도 중요하고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 등 기본적인 팩트 확인은 해줘야 한다"며 "워낙 폐쇄적으로 되어 있는 군 조직이기 때문에 취재 자체를 통제하는 만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 취재기자들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어 접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공보실 관계자는 "검찰단에서 조사하는 것이라 우리로선 확인하기가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이번 사안이 중하기 때문에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서 브리핑을 늦추고 있는 것"이라며 "언론에서 이런 저런 의혹이 불거져 나오는 것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주기보다 모든 조사가 끝난 다음에 확인해 주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런 식이다보니 신 대장과 관련된 보도는 '알려졌다', '전해졌다', '보인다'는 식의 추측성 기사만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측이 공식 확인해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국방부의 공보실은 군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사실확인을 공식적으로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늘 이런 식인 것은 아니다. 8일자 <조선일보>가 1면 톱기사로 "아르빌주 한국군 환영 통보, 이라크 파병 급진전"이란 보도를 내보내자 국방부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런 사례에 견주어볼 때 국방부가 신 대장 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곤란한 건 입다물고 필요한 것만 대응한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폐쇄적인 군부조직 개혁은 아직 멀었다"

기자는 검찰출입기자로 정식 국방부 출입기자는 아니다. 이번 건을 취재하기 위해 국방부 공보관실에 연락을 취하자 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브리핑이 없는데 굳이 왜 들어오려고 하느냐, 기사를 쓸 것이 없을 것"이라며 출입을 통제해 결국 30∼40분여 동안 수 차례 연락을 취한 끝에야 겨우 기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사가 되고 안되고는 군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 취재기자나 언론사 내부 편집진이 판단할 문제다. 또 참여정부 출범 이후 각 정부부처가 개방형 브리핑룸을 운영하고 있는데 유독 군이 취재기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짧은 기간 동안 국방부 기자실에서 이번 사안을 취재를 하면서 기자는 타사의 국방부 출입기자들 대부분이 국방부의 처사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목격했다. 한 출입기자는 "폐쇄적인 군부 조직의 개혁은 여전히 멀었다"고 말했다.

우리 군에서 8명밖에 없는 고위 현역 장성의 신변과 관련된 사항을 신중하게 처리하려는 군의 자세는 이해한다. 또 이번 건으로 몹시도 당혹스런 군의 입장을 전연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대부분의 사실이 알려진 사안을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이자 구구한 억측만 불러올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이제라도 국방부는 신 대장 건에 대해 제 때 정확한 사실을 브리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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