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담쟁이김규환
능소화와 환삼덩굴, 사위질빵, 등나무, 나팔꽃은 담과 벽을 타고 오른다. 메꽃도 간혹 찾아 볼 수 있으나 논두렁 밭두렁으로 나가야 흔하다. 또 뭐가 있을까? 마 넝쿨? 마 넝쿨도 산자락에 붙은 집에는 있었다. 하눌타리도 기어올랐지. 하지만 이네들 중 양반 꽃 능소화와 나팔꽃, 등나무 등 일부러 심지 않았던 잡초들은 부지런한 주인을 만나면 뜯겨 죽기 일쑤였다.
그럼 우리네 시골 골목길을 걷노라면 마치 친구처럼 반기는 게 뭐가 있을까?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한번 심어놓고 십년 이삼십년을 함께 살며 따서 손으로 갖고 놀고 눈으로 즐겼던 자유로운 심성을 가진 넝쿨, 신분을 가리지 않고 같이 볼 수 있었던 편안한 것, 있는 듯 없는 듯 우리 주위를 따듯하고 보드랍게 감쌌던 존재요, 아이 팔뚝이 굵어지고 어머니 아버지 팔과 어깨처럼 굵어졌다가 나중엔 힘 한번 못쓰고 굵은 주름살 가득 패어 함께 늙어가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