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과 김재홍 의원에게 드리는 충고

지금은 언론개혁의 환경 개선이 중요한 때

등록 2004.06.01 16:15수정 2004.06.01 18:38
0
원고료로 응원
열린우리당이 당 내 새정치실천위원회 언론개혁단 단장 김재홍 의원의 언론개혁 보고서 발표를 제지했다고 한다. 17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는 5월 3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의 일이다. "내부 토론이 더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란다. 개인의 여물지 않은 소신을 당의 방침으로 승화시키려는 무리수와 무작정 저지하는 안이함이 빚은 촌극이다.

관련
기사
"언론개혁은 모든 개혁의 '첫 걸음' 가장 민주화 안된 곳은 언론계 내부"

우선 김재홍 의원의 경우 일을 추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의 소신을 밝힌 후 당은 논의의 틀만 만들고 그 안에서 언론운동단체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한발 물러서더니 지금은 이게 뒤섞여 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언론개혁 논의의 틀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면서 보고서는 자신의 본래 주장을 고스란히 보전해놓았다. 그런 보고서를 굳이 발표할 까닭이 있을까?

보고서 발표를 저지 당한 후 김재홍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언론개혁의 본질은 사주 소유지분 분산과 편집권 독립 문제"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언론시장의 공정거래 질서 확보나 배달망 구축에 우선을 두는 것은 언론개혁의 본질이 아닌 환경의 개선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또 "언론개혁의 본질이 아닌 환경개선에 그친다면 시민단체로부터 알맹이가 빠진 언론개혁이라는 비판을 들을 것"이라며 "힘들더라도 언론사주 소유지분 분산이나 편집권 독립 문제 등의 과제를 함께 추진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언론개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언론개혁의 목적과 방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언론개혁의 본질이 편집권 독립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소유지분 분산이 그것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백 날 논쟁해도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의외로 언론개혁의 본질은 김 의원이 소홀하게 생각하는 환경의 개선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내가 보기로는 어느 시민단체도 환경개선을 알맹이가 빠진 언론개혁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위헌 시비도 그렇다. 김 의원은 "언론개혁단의 최재천, 문병호 의원 등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위헌 여부에 대해 법적인 검토를 한 결과 위헌소지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유지분 제한(또는 분산)이 위헌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논란 역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을 거드는 단원들이야 그리 판단하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위헌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이게 본질이라고 하여 끊임없는 논쟁만 하다가 세월을 다 보낼 셈인가?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언론사주의 소유지분만 제한할 게 아니라 주요 경영권이나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때 대주주 3~5인 이상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방식을 바꿔야 한다. 특수관계가 아닌 다수 주주의 참여를 강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게 바로 소위 새로 제기한 소유분산 개념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탁상공론이다. 대주주 5인이 모이면 편집권의 향배가 바뀌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자본의 편집권 집착이 강화될 것이고, 족벌체제를 대신하는 언론자본의 정당성만 부여하게 될 것이다. 언론노동자에게는 1인 족벌자본의 단독 지배나 5인 자본의 집단적 지배나 다를 바 없다.

김 의원은 "언론개혁운동 단체들은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을 꼭 해야 하는 필수사항으로 본다. 반면 일반 시민단체들은 실효성이 있을지, 큰 저항에 부딪치지는 않을지 등을 우려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무슨 연고로 언론운동단체들의 뜻을 자의적으로 단정하는가? 어느 단체가 그렇게 고집하는지 밝혀주기 바란다.

김 의원은 또 "87년 6월 항쟁 이후 언론 민주화에 가장 뒤떨어져 있는 곳은 신문이기 때문에 언론개혁의 우선 순위를 신문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단견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신문들은 필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따라서 그런 신문들을 개혁하는 과제를 최우선 순위에 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아직도 수구세력이 무시못할 세를 유지하며 버티는 상황에서 어느 곳에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오히려 민주화에 앞선 방송이 확고하게 자기 자리를 잡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하지 않고 국민의 공영방송으로서 그리고 공익적 상업방송으로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조중동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그것이 영향력 있는 의제로 부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 의원에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 의원이 비하한 배달망 구축은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언론개혁이란 언론의 다양성을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언론시장 재편의 의미를 갖는다. 중소매체들은 전국적인 배달망을 갖지 못 해 자사 신문을 구독하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조중동을 보게 된다. 경품과 무가지를 규제하고 유통의 문제를 해결해줄 때 언론개혁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의원들도 반대만 할 일이 아니라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의와 다르게 우리당이 언론개혁의 뜻이 없는 것으로 오인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문광위가 구성되면 공정거래위원장을 불러 호되게 꾸짖어 반드시 신문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도록 하겠다는 의지라도 표명해야 한다. 모두에게 현명한 판단과 용감한 실천을 기대해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AD

AD

AD

인기기사

  1. 1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2. 2 아름답게 끝나지 못한 '우묵배미'에서 나눈 불륜
  3. 3 '검사 탄핵'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 분노 넘어 환멸
  4. 4 스타벅스에 텀블러 세척기? 이게 급한 게 아닙니다
  5. 5 윤 대통령 최저 지지율... 조중동도 돌아서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