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수석도 맛있다던 홍어탕김규환
'홍어 수석'과 만난 4월 어느 날
그런데 과거의 인물은 가고 이제 새로운 리더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노무현 정부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장수 수석 중 한 명인 정찬용 인사 수석이다. 그는 나와 전혀 안면이 없는 분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전날 정기모임을 치른 뒤끝이라 쉬고 있는 내게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김규환 기자십니까? 정찬용 수석 비서관입니다.”
단박에 알아들었지만 짐짓 모른 체 하고 재차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누구시라구요?“
“청와대에 계시는 수석께서 김 기자가 쓴 홍어 기사를 보고 한 번 뵙자고 합니다.”
“그러시죠. 그럼 언제 뵐까요?”
“오늘 12시에 어제 정기모임 가졌던 종로3가 그 집에서….”
“좋습니다. 오시는 방법은 알고 계신가요? 5호선 3번 출구로 나오시면 바로 보입니다.”
“강남에서 차를 갖고 갈 건데요.”
“아 예, 그러시면 종로3가 대로변에서 안국동 쪽으로 직진을 하시면 조그만 사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좌회전을 하시면 낙원상가가 나오는데요. 돌자마자 바로 차를 세우세요. 왼쪽에 있습니다.”
내가 재야 사학자 이이화 선생님처럼 길거리표 홍어 회장, 홍어 박사가 되었나 보다. 조회수 2만회를 넘었던 그 글을 읽으시고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 주말을 그냥 보내기 힘드시더란다. 마침 대통령 탄핵 정국의 착잡함 속에서 뭔가 확 뚫어주는 청량제가 필요했던 걸까?
“잇몸이 좋지 않아 홍어회를 씹기가 편치 않다”고 했다. 체증도 뚫는다는 홍어, “탕과 찜을 드시면 된다”고 했다. 내가 누군가? 임기응변이라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사람 아닌가. 미리 홍어집에 전화를 넣어놓고 전날 술기운을 빼다보니 내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영암 출신이면서도 거창에서 오랫동안 교사와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정 수석을 대하자 나처럼 편한 삶을 살지 않은 이력이 묻어나는 듯 고생 티가 줄줄 흘렀다.
그걸로 우린 금방 친해져 토요일 오후 홍어탕과 찜에 막걸리 몇 잔을 나누며 홍어에 얽힌 이야기를 안주 삼았다. 덤으로 나는 <자랑스런 민족음식-북한의 요리>(한마당) 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