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32

잠시만 이렇게 있어줘요! (10)

등록 2004.06.04 13:40수정 2004.06.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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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여기에 감춰두었을 것이라곤 귀신도 몰랐을 것이네.”
“물론입니다. 이건 등하불명(燈下不明) 정도가 아닙니다. 이건 너무도 정교한 반간계(反間計)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정말 절묘합니다.”


“허허! 내가 소싯적에 병서(兵書)를 좀 읽은 덕이지.”
“병서라 함은? 혹시 손자병법(孫子兵法)인가요?”
“그렇지. 손자가 말하길 간(間; 첩자, 간첩)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를 오간(五間)이라 하였지. 그것은….”

어둠 속에서 창노한 음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史記)에 의하면 춘추시대(春秋時代) 때, 오(吳)나라의 장군 손무(孫武)는 오나라 왕 합려를 섬겼으며, 서쪽으로는 초(楚)나라를 격파하고 북쪽으로는 제나라와 진(晉)나라를 위협하여 온 나라 안에서 용맹을 떨친 인물이라 한다.

그는 병법서 십삼 편을 저술했는데, 이것이 손자병법이다. 이 내용 가운데 간(間)에 대한 대목이 있다.

..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를 오간(五間)이라 한다.


적국 사람을 이용하는 향간(鄕間)과 적국의 관리를 이용하는 내간(內間), 그리고 적국의 첩자를 역이용하는 반간(反間)과 이쪽 사람을 적국에 잠입시켜 몰래 상황을 탐지하여 보고케 하는 생간(生間), 마지막으로 적의 간첩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간(死間)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반간이다.


간(間)이란 적이 서로 의심하여 믿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반간(反間)이란 우리 쪽을 이간시키려는 적의 음모를 이용하여 거꾸로 적을 이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연나라의 소왕(昭王)이 죽은 뒤에 왕위를 이어받은 혜왕(惠王)은 태자 때부터 장군 악의(樂毅)와 뜻이 맞지 않았다.

제나라의 명장 전단(田單)은 이러한 갈등 관계를 이용하여 첩자를 연 나라로 잠입시켜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악의는 혜왕의 미움을 받아 혹시나 죽음을 당할까 두려워한다. 하여 제나라를 공략한다는 구실로 제나라 군사와 연합하여 연나라의 왕이 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아 즉묵(卽墨 :산동성(山東省)의 작은 현(縣)) 공략을 지금까지 늦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제나라가 가장 염려하고 있는 것은 연나라가 다른 장군을 파견시켜 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즉묵은 당장 함락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유언비어를 그대로 믿은 혜왕은 악의를 파면시키고 후임에 장군 기겁(騎劫)을 파견했다. 이렇게 해서 악의는 조나라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후 기겁은 제나라 군에 대패하여 연나라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이 밖에 삼국시대에도 오나라 장군 주유(周瑜)는 조조가 보낸 첩자를 이용하여 조조 측 장군을 이간시킨 일이 있다.

제갈공명도 적이 이쪽을 속이려 들면 오히려 이쪽에서 계략을 쓰기가 쉬워진다고 했다.



어둠 속에서 창노한 음성으로 반간계에 대한 설명을 한 노인의 앞에는 무림천자성의 제일호법인 무영혈편 조경지가 있었다.

“하하! 오늘 병법에 대해 새롭게 공부한 느낌입니다.”
“허허허! 그래? 그나저나 오늘도 재물조사를 한다며?”

“예!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로서 사흘째 하는 건데 이쪽은 이미 조사가 끝나 아무도 안 갈 겁니다. 그러니 마음 푹 놓으시고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흐음! 그으래?”
“예! 소리만 내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럼 이만.”

조경지가 공손히 대답하고 돌아설 즈음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본 무영혈편은 노갈을 터뜨렸다.

“네 이놈들! 무엇하다 이제야 나타나느냐? 본좌가 한가하게 이곳에서 네놈들을 기다려야 하느냐?”
“헉! 아,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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