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37

아주 먼 옛날 이야기 1

등록 2004.06.08 06:54수정 2004.06.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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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먼 옛날이었습니다.

그때는 이 땅에 마을이 딱 세 개가 있었습니다.


마을 하나는 하늘에서 이 땅에 내려온 하느님들이 사는 저 높은 산 위였고, 또 한 마을은 그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자그마한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리도 다른 한 마을은 그 산 너머 살고 있는 동물들의 마을이었습니다.

그 동물들의 마을에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가 곰이 있었습니다.

곰과 호랑이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저 건너편 하느님의 마을이 더 잘 보이는 사람들의 마을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곰과 호랑이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한반도에 내려와 있던 그 하느님에게 찾아갔었습니다.


모든 동물과 인간을 똑같이 사랑한다는, 그 인자한 줄로만 알고 있던 그 하느님이 호랑이에게 준 방법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쓰디쓴 쑥과 매운 마늘만 먹고 백일동안 동굴에서 견디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곰과 호랑이 모두 인간이 되고자 했던 소망은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처음엔 동굴에 들어가서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100일쯤은 금방 견디어낼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호랑이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동굴에서 약 일주일을 지낸 다음이었습니다.

하느님이 가르쳐준 동굴은 정말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곰과 호랑이는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처음에는 서로 격려를 해주면서 견디어 내자고 굳세게 약속을 하곤 했었습니다. 곰과 함께 지낸다면 100일 정도 기다리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서로 지내던 이야기도 하면서, 그리고 자기들이 인간이 되어 바깥에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꿈에 부푼 이야기도 하면서 그렇게 며칠을 지냈습니다.

곰은 하루 이틀 지나면서 말이 줄고 조용해졌습니다. 말을 해도 듣지는 않는 것 같고 말도 점점 없어졌습니다.

호랑이는 곰이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곰은 아픈 것이 아니었습니다. 졸고 있었습니다. 곰은 동굴 속에서 햇빛을 못 봐도 웬만큼 살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이었습니다.

곰은 하루 하루 가면서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몸을 웅크리고 마냥 졸고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운 마늘과 쓴 쑥만 먹고도 동굴 속에서 졸면서 100일을 지내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달랐습니다. 곰과 달리 호랑이는 겨울잠을 자지도 않았고, 또 고기만을 먹고 살아야하는 호랑이는 그렇게 어두운 동굴생활이 미치도록 싫었습니다. 옆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자고 있는 곰 역시 꼴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졌습니다.

햇빛도 보지 못하고, 새소리도 듣지 못하고, 토끼도 먹지 못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호랑이는 하느님이 곰에게만 유리한 방법을 조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호랑이들에게는 전혀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

동굴 속에서 호랑이에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살아야하는 하는 호랑이들을, 이 땅의 다른 동물들은 처음부터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다른 방법으로는 어떻게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호랑이들은 풀을 먹을 수도, 벌레를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호랑이는 그래서 인간이 되어서 하느님들을 더 가까이 바라보며 떳떳하게 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준 그 방법으로만 동굴 속에서만 살다가는 인간이 되기는커녕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호랑이는 짐승들에서건 인간들에서건 그리고 이 땅에 같이 살고 있는 하느님들에게서건 전부 따돌림을 받고 미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도 곰과 그 하느님께 찾아가 빌던 처음에 가지고 있던 마음가짐을 되뇌면서 이겨내고자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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