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65

쫓고 쫓기는 자

등록 2004.06.14 08:44수정 2004.06.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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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거 참 잘됐군!"

심지일은 시전에서 남 몰래 한 사내의 보고를 들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꾸지람을 들을지 몰라 긴장해 있던 사내의 얼굴이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일단 가서 전하라. 굳이 사람을 사서 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사내가 떠난 뒤 심지일은 혼자서 키득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일이 쉬워지지 않았는가. 일석이조(一石二鳥)란 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렸다!"

잠시 후 이순보가 심지일에게 달려와 급히 말했다.

"그 놈이 어디 있는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른 패거리들과 있고 또 무슨 명목으로 잡아들려야 할지 난감하온지라…."


심지일은 기가 막힌다는 듯 이순보를 꾸짖었다

"아니 이포교! 포교로서 대체 몇 년이나 포도청에 있었는가? 어찌 그 정도도 알아서 해결 못해 내게 와 알린단 말인가?"


이순보는 여전히 뭔가를 망설이는 듯 말을 얼버무렸다.

"그것이…. 좀 더 조용해진 다음에…."

"에이 답답한 사람 같으니라고! 나와 직접 가보세!"

"그만두시옵소서."

이순보가 이젠 말해야겠다 싶은지 심지일의 옷소매를 잡으며 만류했다.

"아니 왜 이러는가?"
"이야기를 꾸며 포도청에 고변하기로 한 어물전 상인이…죽었사옵니다."
"뭐라?"

심지일은 뜻밖의 말에 크게 놀라 소리쳤다.
"아니 그렇다면 행여 그놈이 살해했단 말인가!"
"…물증이 없으니 알 수 없사옵니다. 곁으로 보아서는 아무런 상처가 없으니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지경이옵니다. 우연의 일치로 평소 지병이 발작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심지일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죽은 어물전 상인의 집으로 안내하도록 이순보에게 부탁했다. 유족들이 흐느끼는 와중에 심지일은 누워있는 어물전 상인의 시체를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건 아무래도 한성부 형방에 검시를 부탁해야 할 일이다. 어찌 어제까지 멀쩡했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죽는단 말인가?"

이순보가 심지일을 한 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 목소리를 죽이며 말했다.

"아서십시오. 한성부 형방 것들까지 이 일에 관여했다간 다른 일까지 엮어져 큰 일이 될 수 있사옵니다."

심지일은 그 말도 맞다 싶어 그 길로 상가집을 나와 이순보와 대책을 논의했다.

"이거 큰일이지 않은가? 생각보다 그 놈은 용의주도 한 것 같네."

심지일은 괜히 이일에 관여했다 싶은지 후회하며 이순보에게 사정하듯 말했다. 이순보는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무래도 이 일은 무리인 듯 하옵니다. 그 자가 별다른 죄가 없는데 굳이 우리가 무뢰배들을 동원해 잡으려 한 것도 안 좋았습니다."
"뭐라! 이제 와서 관두겠다는 소리인가!"
"관두겠다는 것이 아니오라…. 서서히 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종사관께서는 일단 이 일에 관여치 마시옵소서. 제가 알아서 하겠사옵니다."
"한 번 믿어보지. 이걸로 목이나 축이게."

심지일은 이순보를 반신반의하며 수고했다는 의미로 은자 한 냥을 쥐어주었고, 심각하던 이순보의 얼굴이 은자를 보자 환하게 밝아졌다. 심지일이 가 버린 후 이순보는 은자를 품속에 챙겨 넣고서는 포도청으로 가 백위길을 찾았다.

"어인 일이시옵니까?"

백위길은 그리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애써 숨기며 이순보를 대했다. 이순보는 뭔가 들뜬 듯한 표정으로 백위길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자네와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퇴청 후에 나와 같이 나가 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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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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