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44

보따리 내놔요! (2)

등록 2004.07.02 05:52수정 2004.07.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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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방중술이 아니라는 것이외다. 이것은 마음에 드는 계집으로 하여금 몸과 마음 모두를 바치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제대로 시전되면 제아무리 요조숙녀라 할지라도 단 번에 색노(色奴)로 부릴 수 있게 되오.”
“호오! 몽환열락대법에 그런 묘용이…?”

“혹시 제시가(諸翅嘉)라는 계집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소?”
“제시가라면 월빙보가 공격당할 때 체포되었다가 풀려난…?”


“하하! 맞소이다.”
“헌데, 갑자기 그 계집은 왜…?”

“후후! 아들놈이 그 계집에게 몽환열락대법을 시전한 바 있기에 말하는 것이외다.”
“오오! 그래서…?”

“맞소이다. 그래서 그 계집이 돌아간 뒤에도 우리 월빙보의 도움을 얻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외다. 후사이가 죽어서 효과가 사라졌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 계집으로부터 끊임없이 첩보가 보내졌을 것이외다.”
“음! 그랬구려.”

“이 대법에 걸리기만 하면 제 부모를 죽이라 하더라도 서슴지 않을 것이외다. 그러니 현재로선 이 방법이 가장 좋을 듯하오.”
“허면, 몽환열락대법을 시전할 계집이 있어야 하지 않소?”

“하하! 걱정 마시오. 정의수호대원들은 무공은 강할지 모르나 정신력은 지극히 박약하오. 게다가 사내고 계집이건 간에 문란하기 이를 데 없소이다. 따라서 미남계(美男計)로 한 둘 정도 후려내는 것은 문제도 아니 될 것이외다.”
“오! 좋은 방법이외다. 그렇다면 그 방법을 쓰기로 합시다. 헌데 마도무림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소?”


“물론이오. 심증적으로 무림천자성에 대한 반감이 있으니 우리의 요청을 거절치는 않을 것이외다. 허나, 겉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외다.”
“으으음…! 그야 그렇지요.”

후세인과 오사마는 깊은 시름에 잠긴 사람처럼 침음성을 토하고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제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려하는데 그 확률을 가늠할 수 없어 답답하기 때문이었다.


* * *

군화원에서 가장 호화롭게 치장된 전각은 헌화전(獻花殿)이다. 철기린에게 선택받은 꽃이 청백을 바치는 신방이기 때문이다.

하여 얇은 휘장으로 둘러쳐진 침상과 다과를 즐길 수 있는 탁자,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태사의가 준비되어 있다.

바닥에는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푹신한 융단이 깔려 있으며, 한켠에는 언제든 수욕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곳으로 안내된 철기린은 의젓한 자세로 태사의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군화원주인 연화부인이 부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수줍은 듯 엷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인이 있었는데 군화원 제일의 꽃인 무언화 조연희였다.

“소성주께서 이 아이를 원하셨음을 짐작하였사옵니다. 연희야, 무엇 하느냐? 어서 소성주께 대례를 올리지 않고?”
“소녀, 소성주님께 문후 여쭙사옵니다.”

무언화는 화사한 연분홍 궁장에 온갖 패옥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구름처럼 틀어 올린 머리카락 때문인지 성숙해 보였다.

하늘하늘한 귀밑머리와 목덜미의 솜털은 그녀를 요염하게 보이게 하였고, 화사한 화장은 사내라면 누구나 침을 삼킬 정도로 유혹적으로 느끼게 하였다. 그런 그녀가 날아갈 듯한 대례를 올리고 있었지만 철기린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

의당 일어서라는 말에 이어 고개를 들고 면사를 걷으라는 명이 떨어져야 정상이건만 철기린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흐뭇한 얼굴로 무언화가 대례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연화부인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철기린의 시선과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저어, 저 아이가 마음에 안 드시는지요?”
“으음! 잠시 독대(獨對)를 부탁드리오.”
“독대요…? 아, 참! 그렇지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옵니다.”

연화부인은 깜박했다는 듯 낯을 붉히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채 물러서려 하였다. 이때 철기린의 음성이 있었다.

“부인과 독대를 하고 싶다는 말씀이외다.”
“예…? 무, 무슨 말씀이신지…?
“부인과 단 둘이 할 말이 있다 하였소이다.”

연화부인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철기린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분명 춘정(春情)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처녀와 있어야 하는데 느닷없이 다 늙은 자신만 남으라니 이상하지 않다면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곳에서 철기린의 명은 지상명령이나 다름없다. 하여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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