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호랑이 이야기 54

제비나라의 솔씨 1

등록 2004.07.12 05:42수정 2004.07.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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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신장님의 나침반을 손에 들고 제비원이라고 말하자마자 백호와 바리는 금방 구름 위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우왓!"


바리는 너무 놀라 고꾸라질 뻔 했습니다. 마치 비행기를 탄 것처럼 발밑으로 저 아래 푸른 강과 들판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호는 얼른 바리를 얼른 등 위로 던져놓고 구름을 성큼성큼 밟으면서 제비들이 사는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비들이 사는 마을은 오래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바리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제비떼들이 멀리서부터 바리를 배웅하러 나왔기 때문입니다.

땅 위에서 보던 제비들과는 달리 조금 더 큰 제비들이었습니다. 강아지만했습니다.

바리와 백호 앞에 날아와서는 지저귀듯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비원에 잘 오셨어요. 아가씨가 바리 아씨 맞죠?”
“예, 맞아요, 그리고 이 호랑이는 제 친구 백호에요.”


다른 제비가 재잘대며 말했습니다.

“이곳엔 사람이 한번도 온적이 없어요.”
“이 곳 제비원으로 찾아온 사람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답니다.”


바리가 대답했습니다.

“저도 이렇게 하늘 위에서 제비님들을 보는 것이 처음이에요, 참 크시군요.”

저 멀리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나무들이 보였습니다 저 아래 땅위에 줄기를 박고 있는지, 아니면 구름 속에서 뿌리가 자라고 있는지, 그 줄기만큼 굵은 가지마다 커다란 제비집이 놓여있었고 그 둥지 안에는 새알 같은 것이 놓여있었습니다.

그 새알들을 돌보는지 각 둥지마다 제비들이 몇 마리씩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의 밑둥은 구름에 가려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제비원에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제비들이 날아다니면서 파다닥 거리는 소리가 아주 시끄러웠습니다.

제비들은 군대가 지나가듯 열과 오를 맞추어 힘차게 나무 꼭대기를 지나 날아다니기도 하고, 그리고 가지 사이를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마치 벌집 속의 벌들처럼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서 제비 한마리가 날아왔습니다. 바리와 백호를 안내하기 위해 나온 제비였습니다.

그 제비는 맑고 고운 목소리로 재잘거리듯 바리에게 말했습니다.

“여기는 나무의 씨앗을 만들어서 땅으로 보내는 곳이에요. 저 위에서 씨앗을 만들면 그것을 가지고 성주님께 가서 나무님들이 사는 곳에 심게 되지요, 나무님들의 나라에서 순이 자라게 되면 인간세계에 있는 숲에서도 그 나무가 자라요.”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 나무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 멀리는 은행나무, 참나무, 전나무 등이 지상에서 보던 나무들이 구름 위로 고개를 내밀고 크게 자라고 있었고 그 위에도 제비들이 벌떼들처럼 덮혀서 파닥대며 날고 있었습니다.

저 건너편에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박통이 보였습니다. 그 박통은 줄기가 없었지만, 제비집에 달려있는 줄기들이 길죽하게 나있었습니다.

“어머, 저건 호박이에요?”

그 박덩이를 가리키며 바리가 물었습니다.

“저기는 박씨를 만드는 곳이에요. 제비다리를 고쳐다준 착한 흥부아저씨가 선물로 받은 보은박도 저기서 만들었고, 심술궂은 놀부 아저씨의 복수박도 저기서 나왔답니다.”

바리는 신기함에 입을 다물 줄 몰랐습니다.

박덩이 뿐이 아니라 저 건너편에는 길죽한 오이도 보였습니다. 나무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제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얼른 순결한 솔씨를 받아서 성주신에게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백호가 하늘을 쳐다보며 제비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저희들에게 순결한 솔씨를 주세요. 그것을 가지고 성주신님께 돌아가야합니다.”

제비가 말했습니다.

“저희들을 따라 오세요, 저쪽에 솔씨를 만드는 곳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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