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의 하나로 담근 복분자주김규환
오만가지 술이 있다. 소주, 막걸리, 맥주 등 서민 주(酒)에 전통 술과 와인에서 고급 양주까지 다 들먹이려면 하룻밤으로 부족할 것이다. 기름진 안주에 독주를 마시고 가벼이 한잔 걸치고 들어가는 맥주,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 마시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요즘엔 부부가 포도주로 금실을 좋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술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홍어는 무슨 술과 먹으면 어울릴까? 홍어를 먹으면 입 천장이 벗겨지거나 몇 점 먹기 전에 화들짝 놀라 멀리할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이 때 홍어와 궁합이 딱 맞는 술을 한잔 부어 주면 그만인데 우린 마땅한 걸 아직 찾지 못했다. 그냥 막걸리나 마시는 것이 다다.
막걸리만 먹으랄 수도 없고 난관이다. 좋은 막걸리면 모르겠는데 향토주(鄕土酒) 또는 특산품이는 미명하에 인삼, 더덕, 잣 등 향(香)을 첨가하는 것까지는 봐 주겠다. 하지만 본래 인삼, 더덕, 잣보다 향이 더 진해 술맛을 앗아감은 물론 안주 맛까지 버리곤 한다.
더군다나 요즘 막걸리는 효소를 다 죽여 놓아 예전 그 맛을 찾기 쉽지 않을 뿐더러 기본도 없는 술이 전국을 넘나들며 달짝지근하게 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이에 방부제를 듬뿍 넣었으니 근 보름간 밖에 둬도 상하지 않는다. 이런 술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그 다음날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하지만 먹을 당시부터 기분을 잡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