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중국에 성천자(聖天子)로 이름난 요(堯) 임금이 선정을 베풀어 온 지도 어느덧 오십 년이 지났다.
하루 하루를 태평하게 지내던 어느 날, 요 임금은 정말로 세상이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궁금하여 미복(微服)을 하고 민정(民情)을 살펴보러 나갔다.
어느 네거리에 이르자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요 임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立 我 烝 民 우리가 이처럼 잘 살아가는 것은
莫 匪 爾 極 모두가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네
不 識 不 知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順 帝 之 則 임금님이 정하신 대로 살아가네
마음이 흐뭇해진 요 임금은 어느새 마을 끝까지 걸어갔다.
그곳에는 하얀 한 노인이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고복, 鼓腹] 발로 땅을 구르며[격양, 擊壤]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日出而作 日入而息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耕田而食 鑿井而飮 밭을 갈아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니
帝力何有 于我哉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요
임금은 정말 기뻤다.
백성들이 아무 불만 없이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하고, 정치의 힘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정치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요 임금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 그렇지. 배가 부르면 마음이 편해지지.”
“하하, 어머니도 그러시죠? 전 오늘 정말 오랜만에 배불리 먹은 거예요. 그동안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배부르게 먹지 않으려고 무진 노력했거든요.”
“어머! 왜요? 왜 그러셨는데요?”
“아직 원수를 갚지 못하였기 때문이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들을 놔두고 어찌 배부르게 먹고 마음 편하게 있겠소? 내 이런 마음을 네 글자로 표현하라면 와신상담(臥薪嘗膽)일 것이오. 하지만 오늘은 예외이오. 그래서 많이 먹은…”
“어머! 왜요?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이라도 되나요?”
“낭자, 정말 몰라서 묻소? 오늘은 어머니를 뵌 날이잖소.”
“그런데 그게 무슨…?”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바로 효도의 근본이오. 어머닌 내가 이렇게 배불리 먹는 걸 좋아하셨소. 하여…”
“녀석! 오래되었는데도 잊지 않았구나. 고맙다. 흐흑!”
“어머니! 이제 그만 우세요. 이렇게 늠름한 아들도 찾았는데 왜…? 만일 계속해서 눈물 흘리시면 효도가 부족하다 생각하고 배가 터질 때까지 먹을 겁니다.”
“아, 아니다. 오늘은 너무 기뻐서… 그래서 자꾸 눈물이… 흐흑! 얘야, 널 다시 찾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흐흑!”
“어머니! 이제 그만 고정하세요. 네? 어머! 얼른 눈물을 그치셔야겠네요. 우리 가가가 또 먹기 시작했단 말이에요. 어서요.”
조연희의 말에 연화부인은 얼른 눈물을 훔치며 미소지었다.
“그래, 그러마. 흑! 이제 그만 울게. 그래, 알았어. 이제 안 울게. 얘야, 이제 그만 먹거라. 그렇게 먹다간 배가 터지겠구나.”
“하하! 알았습니다. 사실 더 들어갈 배도 없습니다. 하하! 어머니께서 말리지 않으셨다면 아마 배가 터졌을 겁니다. 끄으윽!”
이회옥의 너스레에 연화부인은 눈물 젖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상한 것이 생각났다는 물었다.
“가만! 너, 방금 우리 가가라고 그랬냐?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다. 너희가 언제 봤다고…? 이상해. 정말 이상해! 너희 혹시,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니?”
“호호! 이제야 눈치채셨어요? 호호호, 어머니! 사실 가가는 예전부터 소녀의 가가였어요. 호호! 모르셨죠?”
“회옥이가 예전부터 너의 가가였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뭔 소린지 난 당최 이해할 수가 없구나.”
“호호! 얘기하자면 길어요. 그래도 궁금해하시니 말씀드릴…”
조연희와 이회옥의 이야기는 길고 길었다. 한 시진 동안이나 떠들었지만 대강밖에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랬구나. 그랬어… 정말 장하구나, 내 아들! 네가 무림천자성의 철마당주가 되었다니… 네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무척이나 기뻐하셨겠다. 안 그렇냐?”
“호호! 그럼요. 그 자린 온 천하에서 가장 말을 잘 다루는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잖아요. 그나저나 무천의방의 신임방주가 되는 소화타 가가는 언제 뵐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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