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태우의 뷰파인더 39]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등록 2004.07.19 11:07수정 2004.07.1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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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일간지에서 미국 NBA 농구와 관련된 감동적인 기사를 읽었다. 감동의 주인공은 듀크대에 농구팀 감독인 마이크 시셉스키(57)였다. 1991, 1992, 2001년 미대학체육협의회(NCAA) 남자 농구 결승에 올라 듀크대 농구팀에게 우승컵을 안긴 명감독 시셉스키에게 LA 레이커스가 감독직을 제의했다.


LA 레이커스가 어떤 팀인가.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 등의 슈퍼스타들이 포진해있고 통산 14차례나 NBA 챔피언에 오른 최정상의 팀이 바로 LA 레이커스다. 농구감독이라면 한번쯤 이 최강 군단의 감독이 되는 꿈을 가져보았을 법한 팀인 것이다. 게다가 LA 레이커스는 시셉스키에게 5년 동안 4000만 달러(약 460억 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전(前) 감독이었던 필 잭슨의 연봉보다 무려 1000만 달러나 많은 돈이었다.

그는 LA 레이커스 감독으로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학생 100여명은 그의 잔류를 희망하는 시위를 벌였고, 한 학생은 그에게 ‘저희들의 감독으로 남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결국 시셉스키는 자신이 25년 동안 지도한 듀크대에 남기로 했다고 한다.

김태우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돈이다. 아무도 물질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의식주와 연관된 생활의 질과 수준은 돈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돈은 분명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 가치인 것이다.

인간의 선한 본성을 망치고, 악이 저질러지는 한 가운데에 돈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돈이란, 광폭한 독재자와 같은 면이 있어서 그를 추종하고 따르는 자들을 모두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돈의 늪은 깊어서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경마와 경륜, 카지노, 화투를 비롯한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모두 그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써도 재물이 자꾸 생겨서 줄지 않는 보물단지’를 화수분이라고 한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군사 십만 명을 시켜 황하수를 길어다 큰 구리로 만든 동이를 채우게 했는데,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 지 한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황하수(黃河水)를 가득 채운 동이라는 뜻으로 그 구리 동이를 ‘하수분’이라고 지칭했던 것이 유래가 되어 ‘화수분’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김태우
하지만 화수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개를 넣어두면 새끼를 쳐서 두 개를 만드는 화수분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화수분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돈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한낱 돈의 노예가 될 뿐이다. 돈이란 잡으려고 하면 잡을수록 더욱 도망을 친다. 자신의 일에 정진할 때, 돈은 따라오게 될 것이다. 내가 돈을 끌고 가야지, 돈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는 돈만큼 중요한 가치가 많이 있다. 어쩌면 돈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도 있을 것이다. 듀크대 시셉스키 감독이 보여준 것처럼 정말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용기와 혜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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