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깜박했다. 희아야, 너 지금 별원에 가서 은밀히 경매를 불러와야겠다.”
“호호! 알았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잠시 후 기린각은 또 한번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형경은 조카인 이회옥을 부둥켜안고 울먹이던 중 아들이 아직 살아 있으며 잘 지내고 있다는 소리에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였다. 너무 기뻤기 때문이다.
이곳 군화원은 소문에 관한 한 무척 둔감한 곳이다. 세상의 소문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곳은 아니다.
철기린이 차기성주로 확정되면서 성조검을 하사 받았다는 것 등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소문만은 신속하게 전해진다.
그러면서 더러 다른 소문들도 옮겨지기도 하는데 젊은 여인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킬만한 것들이나, 세무각 폭파사건 같이 큼직큼직한 것들만 전해진다.
그 가운데 마선봉신과 소화타라는 젊고 영준한 청년들이 각기 철마당주와 무천의방의 신임 방주가 되었다는 것도 있었다.
무림천자성에서 이순(耳順 : 60살)을 넘었다면 모를까 지천명(知天命 : 50살)이나 불혹(不惑 : 40살)은커녕 이립(而立 : 30살)도 안 된 나이에 그만한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전례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또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정도였다. 하여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기에 군화원까지 알려진 것이다.
이는 젊은 여인들에겐 흥미로운 소문이었지만 곽영아와 이형경에게는 아니었다. 들을 때마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자식 생각이 났기에 눈물나는 소문이었던 것이다.
공교롭게고 자식과 같은 성명이지만 그들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절대 그럴 리 없기 때문이다.
대체 무림천자성이라는 곳이 대체 어떤 곳이던가!
두뇌면 두뇌, 무공이면 무공, 학문이면 학문, 음률이면 음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천하 제일을 보유하고 있다 자부해도 좋을 만큼 인재가 널린 곳이다. 따라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 가히 부지기수라 할 만큼 어마어마한 곳이다.
이러한 무림천자성에는 많은 자리가 있는데 그중 무천의방 방주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이던가!
천하에서 가장 의술이 뛰어난 의원이 앉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앉으려면 수많은 환자를 다루는 동안 깨달은 심득(心得)이 대단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장일정이 그런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다.
이회옥이 올랐다는 철마당 당주라는 자리만 생각해도 그렇다.
말이 당주이지 강호에 나가면 웬만한 문파의 장문인보다 더한 권력을 발휘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든든한 배경이 있는 자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관심 두지 않았던 것인데 이것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아들이 여전히 인질로 잡혀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화부인과 수련부인이 왜 방옥두 같은 색마와 살을 섞으며 살았겠는가? 오로지 자식을 구하기 위한 일념이었다.
하여 별일 아닌 것처럼 하면서 슬그머니 물어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잘 지내고 있다고만 하였다.
그곳이 어딘지 알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방옥두가 만취해 돌아온 날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아이들이 있는 곳을 말했는데 금릉 무천장에 있다 하였다. 그곳에서 정의수호대원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철마당 당주와 무천의방의 방주같은 어마어마한 자리에 올랐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둘째 드넓은 중원에 이회옥과 장일정이라는 성명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하여 동명이인(同名異人)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길고 긴 이야기가 거의 끝났을 때는 어슴푸레하게 동이 틀 무렵이었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던 연화부인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차! 오늘 철기린이 온다고 하였는데 언제 올지 모른다. 그러니 그가 들이닥치기 전에 어서 나가거라.”
“예, 그러지요. 소자, 어머니와 고모께서 은신할 곳이 마련되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몸 건강히 계셔야 합니다. 아셨죠?”
“오냐, 우리 걱정은 말거라. 그나저나 연희가 걱정이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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