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참깨로 참기름을 짜고, 들깨로 들기름을 짜듯 이놈을 쥐어짜서 기름을 뽑는 겁니다. 맷돌처럼 생긴 큰 틀 안에 넣고 황소가 끌게 하는 겁니다. 기름을 다 짜려면 적어도 세 시진은 걸리니 지옥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고통을 느낄 겁니다.”
“으으! 끔찍하군요.”
“군사!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해 주십시오.”
“안 돼요! 그건 너무 끔찍해요.”
“끔찍하다니요? 이놈들이 그동안 저지른 짓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놈들에게 있던 그건 과분한 형벌입니다. 안 그렇소?”
“그렇습니다. 군사! 저희들이 이놈들을 벌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해 주십시오.”
“으으음…!”
단원들의 거듭된 요청에 일타홍이 잠시 상념에 젖어 있는 동안 조잡재를 비롯하여 서성감, 신혜서, 백잔성의 얼굴은 그야말로 사색(死色)이 되어 버렸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소리가 아니던가!
그들이 묶여 있는 형틀에선 누런 빛깔을 띈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겁에 질려 일제히 소변을 지려버린 것이다.
“군사! 허락해 주십시오. 송대팔고법을 시행하여 죽지도 살지도 못한다는 고통이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끼게 한 뒤 아서궁, 봉구형, 백인소석총, 발인유 같은 형벌로 확실히 끝내 줘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놈들이 그동안 해 온 짓거리를 생각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생각 같아서는 소백의(搔白蟻)에 처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잔인해서…”
“그건 또 뭐죠? 지금껏 말한 것보다 더 잔인한 게 있나요?”
“그렇습니다. 소백의는 흰 개미가 긁게 만드는 겁니다.”
“개미가 긁어요? 그건 조금 가렵기만 할 뿐 별로 잔인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흰개미를 콧구멍이나 귓구멍에 집어 넣은 뒤 그 구멍으로 연기를 불어 넣으면 필사적으로 뚫고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 느껴지는 고통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개미가 뇌를 뚫고 들어가면 미쳐 날뛰다가 죽는 게 바로 소백의입니다.”
“우우! 정말 끔찍해요. 어떻게 그런 걸 생각해 냈을까요?”
“거야 모르지요. 어쨌거나 이놈들을 저희가 다스릴 수 있도록 명을 내려주십시오. 군사!”
“으으음!”
“군사, 속하들이 다스릴 수 있도록 명을 내려주십시오.”
“그렇습니다. 이놈들이 그동안 떠든 걸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립니다. 아예 묵사발을 만들 테니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단원들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동안 깊은 상념에 잠긴 듯 침묵하던 일타홍의 입이 열린 것은 반각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단원 여러분, 생각해 보니 안 되겠어요.”
“……!”
허락할 것이라 생각하던 단원들은 뜻밖의 답변에 말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의 입이 열렸다.
“군사, 단주께서 명하시길 이들을 처단하라 하시지 않았…?”
“맞아요. 단주께서 분명 그렇게 명을 내리셨습니다. 허나 본 군사에겐 다른 생각이 있어요.”
“……?”
“이놈들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우리도 포함되지만 순박하기만 한 대다수 곡도들입니다. 하여 이놈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힌 뒤 곡도들로 하여금 이들을 처벌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곡도들이 직접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맺힌 원한이 모두 풀리는 해원(解寃)의 시대입니다. 그러면 시기와 질투, 원한과 복수와 같은 말이 없어질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선무곡에선 말입니다.”
“……?”
“이놈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곡도들로 하여금 맺힌 한을 풀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그렇군요. 군사에게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 모르고 저희는…”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느끼는 분노는 정당한 겁니다. 따라서 본 군사는 송대팔고법으로 이놈들에게 지독한 고통을 주는 것은 허락합니다. 단, 죽여서는 안 됩니다. 이들의 생명을 끊을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이놈들에게 온갖 차별을 당한 곡도들이라는 것을 끝까지 잊지 마십시오. 알겠습니까?”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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