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본 군사는 일이 있어 이만 나가봐야 하니 이제부터 이놈들은 여러 단원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죽이지만 마십시오.”
“으하하하! 물론입니다. 절대 죽이지 않겠습니다.”
“끄으으응…!”
“이런, 젠장! 이 빌어먹을 놈이 또 쌌어.”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또 구린내를 풍기는 거야?”
“누구긴 누구겠어? 쥐새끼 같은 새대가리지.”
“에이, 냄새! 앞으로 이 자식을 부를 때 변견자라 부르지 말고 그냥 견변(犬便 :개똥)이라고 부르자.”
“뭘 어렵게 문자를 쓰냐? 그냥 개똥이라고 불러.”
“개똥은 무슨… 그 자식은 개똥만도 못한 놈이야. 그러니 개똥 처먹고 육갑하는 쥐새끼라고 부르자.”
“하하! 하하하하! 정말 웃긴다. 하하하!”
* * *
“헉! 누, 누구…?”
“쉿! 조용! 안 그러면… 알지?”
“으윽! 아, 알겠소.”
왜문 권력 서열 2위이자, 차기 문주가 될 것이 가장 유력하다 평가받는 석원신태랑(石原愼太郞)은 역시 고수였다.
코를 골 정도로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는 것은 경계심이 완전히 풀어져 있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기척에 즉각 반응하였다.
야수와 같은 감각이라도 지닌 듯 벌떡 일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애병인 파문도(波紋刀)를 향해 손을 뻗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기에 일어날 때처럼 급작스럽게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한 음성과 턱밑에서 느껴지는 예기(銳氣)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애병인 파문도에서나 느껴질 법한 날카로움이다.
하루에 적어도 반 시진은 애병과 함께 했다. 그렇기에 닿기만 해도 절로 베어질 정도로 날카롭게 벼려졌고 그 느낌이 너무도 익숙하기에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따라서 손을 더 뻗어 봤자 움켜쥐는 건 허공뿐이며, 설사 무언가가 손에 닿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집어 들기 전에 목에서 먼저 선혈이 뿜어져 나올 것이다. 하여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본좌가 누군지나 알고 이러는 것이냐?”
“물론! 아주 독선적이며, 헛소리나 지껄이는 악질이지. 안 그래? 이름이 석원신태랑이라고?”
나지막한 음성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어투였다.
“으음, 여기가 어디라는 것은 모르진 않겠지?”
“크크, 물론이다. 네 놈은 이곳이 용담호혈(龍潭虎穴)쯤 되는 곳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나 내게는 아무 때나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 뭐 굳이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공중 해우소(解憂所) 정도 된다고나 할까?”
“무어라? 해우소…?”
“크크! 차기 왜문 문주가 되려고 음모나 꾸미는 잡종 중의 잡종, 그래서 개잡종이라 불리는 놈이 사는 곳이라 지독한 악취가 풍기지. 그래서 해우소라고 하는 게야.”
“뭐라? 개잡종? 이, 이놈이 감히…? 좋아, 목숨이 여러 개 있는 모양인데 이제 잠시 후면 본좌의 수하들이…”
“크크! 네 놈을 그림자처럼 호위한다는 쥐새끼 다섯 마리와 어둠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구더기들을 믿는 것이라면 아예 꿈을 깨는 게 좋을 거야.”
“쥐새끼 다섯과 구더기? 꿈…?”
“누구긴 누구야? 네 놈이 호신오영(護神五影)이라 부르는 쥐새끼들과 졸개들이지. 신을 지켜 주는 다섯 그림자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이면 네놈이 좀 높아 보일 줄 알았냐?”
“……?”
“미친 놈! 네깟 놈이 신은 무슨 신이냐? 얌마, 네 자신을 알라는 말도 있어.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내 눈엔 네놈은 토룡(土龍 :지렁이)도 못되는 아주 비열한 놈으로 보여.”
“이, 이놈! 네놈이 가, 감히 본좌를 모욕해!”
“미친 놈! 더러운 아가리 닥치지 못해? 어쨌거나 그 쥐새끼들과 구더기들은 저승사자를 일찌감치 만났어. 하여 지금쯤이면 염라대왕과 상견례를 하고 있을 거야. 성질 급한 놈은 지가 먼저 무간지옥(無間地獄 :팔열지옥 가운데 하나. 한 순간도 멈춤 없이 갖가지 고통을 겪어야 하는 지옥) 같은 데로 갔을지도 몰라.”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이 자식이 귓구멍에 안개가 꼈나? 얌마, 정말 몰라서 그래? 다시 잘 들어. 이 근처에 있던 놈들 모두 지옥의 유황불 속에서 활활 타면서 네놈이 당도하기만을 학수고대할 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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