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수박을 아시나요?이종찬
지난 시월 초, 깊어가는 가을도 피부로 느끼고 머리도 식힐 겸 집에서 가까운 비음산(486m, 창원시 사파동)으로 산보를 나갔다. 비음산은 온몸을 노을빛으로 물들이며 계곡 곳곳에 연지곤지를 콕콕콕 찍어 나가고 있었다. 비음산을 발찌처럼 두르고 있는 과수원에도 주렁주렁 매달린 바알간 감이 가지를 마악 찢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메뚜기가 타닥타닥 튀고 있는 황금빛 다랑이논과 마치 그 황금빛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 가을 배추와 가을무가 진초록빛을 한껏 흔들고 있는 다랑이밭을 지났다. 그리고 지난 봄 가장 먼저 하얀 매실꽃을 피웠던 그 매실나무를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그 매실농장을 둘러싼 탱자나무 울타리에 눈길이 머물렀다.
'어? 저게 하늘수박 넝쿨 아냐?' 촘촘히 박힌 가시 사이에 보석처럼 노랗게 빛나던 탱자, 어릴 적 이맘 때 탱자나무집 가시나가 내게 건네주던 그런 동그랗고 향긋한 탱자를 찾던 나는 탱자를 한 알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대신 나는 그 탱자나무 울타리를 칭칭 감고 있는 하늘수박 넝쿨을 눈으로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