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만의 '맛'이 없다

[기획취재] 선유도가 변하고 있다 4

등록 2004.10.22 13:59수정 2004.10.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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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를 찾는 사람들 ⓒ 김준

선유도 민박집에서, 인천에서 왔는데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는 50대 부부 세 쌍을 만났다. 같은 민박집에 묶은 인연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완도와 진도까지 다 다녀봤다는 이들은 선유도에서 이미 하룻밤을 보낸 탓인지 나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주었다. 기대와 달리 그들이 전하는 것은 선유도 자랑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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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안내표지판 ⓒ 김준


선유도의 음식이 없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남도를 여행하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전라도의 '맛'이라고 한다.

이미 전라도의 여러 곳을 다녀본 이들은 선유도를 꿈꾸며 바다나 섬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싱싱한 회와 젓갈 등 갯가 음식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어떤 때는 김치도 없이 세네 가지 반찬에 밥을 먹어야 했다고 한다. 혼자서 밥을 먹어야 했던 나도 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 번은 혼자서 아침을 달라고 했더니 '차라리 라면(컵라면)을 드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아침에 편하게 밥을 먹기 위해서는 한 상에 네 명이 앉아야 할 판이었다.

다행스럽게 중년 부부들을 만나서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밥값을 지불했다. 간혹 백반에 비해서 값이 비싼 생선탕이나 회를 먹으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선유도의 음식이 없다는 점이다. 남도의 어떤 바다와 섬을 가도 '경치'가 선유도 정도는 된다는 중년 부부들의 말에는 '맛'에 대한 강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 물론 모든 민박집이 다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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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대여(최근에 사고 책임질 수 없다는 광고 등장) ⓒ 김준


자전거여행 안전한가?

선유도 여행의 백미는 자전거를 타고 섬을 일주하는 것이다. 때로는 산길로, 때로는 백사장으로, 때로는 다리 위로. 자전거는 1인용, 2인용, 여성용, 아동용 등 비교적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상태도 양호한 편이었다.

간혹 기어가 조정되지 않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길을 내려서 걸어야 하는 일도 생기지만 오히려 자전거와 함께 걷는 것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낮은 산을 오르는 고갯길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이나 바닷가에 비해서 다양한 들풀과 꽃들이 피어 있다.

민박집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작년인가 2인용 자전거를 타다 다리에서 떨어져 한 명이 척추를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그는 2인용 자전거는 가져다 놓지 않고 1인용 자전거만 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 길들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매우 좁고 도시 도로처럼 바닥이 균일하지도 않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다녀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바닷가를 끼고 도로가 나 있고 급한 내리막길도 많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길 아래 바다로 곤두박질칠 위험도 있다. 특히 무녀도나 장자도를 건너는 다리 위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적잖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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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 김준

선유도를 대표하는 자전거여행을 안전하게 위해서 자전거 대여소나 민박집에서 반드시 헬멧, 장갑, 무릎보호대 등 간단한 안전장비를 갖춰놓아야 할 것이다. 도시에서도 자전거 여행을 할 때 꼭 착용하도록 권하고 있는데 하물며 섬과 바다에서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여기에 몇 군데 위험스러운 곳에는 경관을 방해하지 않는 작고 예쁜 가드레일이라도 설치해야 할 것이다.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에 3천원이지만 하루 종일 혹은 민박집에서 빌릴 경우 1만원이면 섬에서 나갈 때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 부지런히 다니면 하루에, 쉬엄쉬엄 다니면 다음날 한나절은 자전거를 타야 한다. 그래야 세 섬을 돌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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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모시려는 민박집 주인들 ⓒ 김준


'예약하셨어요?'

군산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반이면 선유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여행객을 처음 맞는 것은 '예약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차에 타시죠'하는 호객꾼들이다.

여름철에야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자야할 판이지만 그래도 배에서 내리자마자 민박집 주인 10여명이 저마다 자기 집으로 가자고 붙잡는다면 섬 여행객들에게 결코 좋은 기억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선유도에 숙박업을 하는 가구는 50여호라고 한다. 대부분 민박집은 진말이라는 선유 1구에 집중해 있고, 일부 남매기, 통계, 장자도에 흩어져 있다.

장자도는 다리가 놓여 있어서 오토바이를 개조한 자동차는 들어갈 수 있지만 짐이 많은 여행객이라면 배를 이용해야 한다. 물론 미리 연락만 하면 진말 선착장에서 민박집 주인들이 배를 가지고 나와서 기다리기도 한다.

조용한 섬 여행을 원하면 장자도나 대장도의 민박을 권하며, 갯벌체험을 하려면 나매기가 적격이지만, 싱싱한 회를 먹고 노래라도 부르려면 선유도의 중심지 격인 진말에 민박을 하는 것이 좋다. 이에 반해 무녀도는 양식어업이 발달해서 어민들은 민박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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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택시 광고 ⓒ 김준


콜택시 언제라도 부르면 달려간다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 어디에서건 전화만 하면 콜택시가 달려간다. 섬에 웬 콜택시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짐이 있거나,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안성맞춤이다.

무녀도와 장자도의 다리는 봉고차와 일반 승용차는 다닐 수가 없다. 선유도를 제외하고 무녀도와 장자도는 소형 차량과 선박 혹은 개량용 콜택시가 이동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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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다리를 건너는 콜택시 ⓒ 김준


새만금사업이 추진되면서 전라북도와 군산은 선유도를 국제해양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번 선유도를 찾은 사람들이 다시 선유도를 찾지 않게 된다면 국제관광단지는 고사하고 관광어촌으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4-5년 전부터 고군산군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건 자연이 가져다 준 빼어난 경관과 매체의 힘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신안 흑산도에는 '홍어'가 있어 그 알싸한 맛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선유도에 시급한 것은 '선유도 맛'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선유도는 자신들의 독특한 '섬' 문화자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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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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