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을 떠나는 뱃머리에서. 울어서 아내 눈이 퉁퉁 부었다.박철
“우리 은빈이 마음이 많이 아픈 게로구나."
"선생님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은빈아, 너는 교동을 떠나는 게 싫지? 우리 부산에 이사 가는 것 취소하고 계속 여기서 살까?"
"아빠, 저는요, 아빠를 믿어요. 교동을 떠나는 게 싫고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학교랑 헤어지는 게 싫지만 저는 아빠 엄마의 결정을 따르겠어요. 아빠 마음대로 하세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집 은빈이가 태어난 지 9개월 되었을 때 교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동안 7년 6개월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어떤 때는 철부지 시골 아이지만, 어떤 때는 속 깊은 딸로 제법 말과 행동이 의젓하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요청에 따라 그런 결정을 했다고 쳐도 아이들에게는 큰 충격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왜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던 섬을 떠나게 되었냐고 못내 아쉬워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도시에 가서 6개월도 안 되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어찌 그리 어리석은 결정을 했냐고 탄식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더 큰 바다를 보게 되었으니 잘 되었다고, 20년 농촌생활의 진솔한 삶의 경험을 도시에서도 잘 접목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씀해 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두 고마운 분들이십니다.
부산에 이사 온 지 꼭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이른 아침, 교회 옥상에 올라가 보니 부산항이 한눈에 보입니다.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육중한 크레인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고,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농촌과는 또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