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95

혈로(血路) (3)

등록 2004.11.17 02:07수정 2004.11.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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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네놈이 감히…!”
“왜? 성질이 좀 나시나? 생긴 쌍판을 보아하니 정인군자와는 거리가 머니 슬슬 손을 쓰고 싶겠군. 좋아, 한가지 더 말해주지. 태산에서 누가 제일 많이 죽였는지 아냐?”

“……?”
“크흐흐! 초지악이라는 늙은 놈은 본문의 문주님께서 한쪽 눈을 감고 한 손만으로 상대해서 간단히 멱을 따셨다. 그러는 사이에 본좌는 거기 있던 예비대원이라는 떨거지들을 죽였는데 하나같이 말라비틀어진 놈들이라 콧바람만 불어도 자빠지더군.”


“무어라? 이놈이 어디서 감히 사기를 쳐?”
“사기라니? 미친놈! 만날 속고만 살았냐? 어쨌거나 앞으로는 무림천자성 놈들을 죽일 때 반드시 당주급 이상만 상대하기로 했다. 왜냐구? 너 같은 놈들과 손을 나누면 솜씨가 줄어 하수가 될 것 같기 때문이지. 안 그러냐? 하수?”

“무어라? 이놈이 감히…! 누구한테…”
“야야, 관두자 관둬. 짜식, 말 몇 마디 안 했는데도 성질 내는 걸 보면 넌 하수 중에서도 한참 하수야. 임마, 알아?”

“뭐라고? 짜식? 임마? 이, 이런 개 같은…!”
“후후! 간단한 격장지계에 흥분했는데도 하수가 아니라고 우길 거야? 임마, 대결 중에 흥분하면 명이 짧아진다는 거 몰라?”
“……!”

왕구명의 말에 맹후벽은 흠칫하였다. 그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화를 내면 냉정을 유지할 수 없고 그러면 상대의 공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된다.

하면 대결에서 지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 불을 보듯 뻔한 일)한 일이다. 그렇기에 대결에 임할 때에는 항상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무림인이라면 삼척동자도 아는 절대 수칙이다.


“이놈, 무슨 꿍꿍이냐?”

정인군자 일지라도 적의 실수를 지적해서 손해 보는 짓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실수를 상기시킨 왕구명에게 다른 저의(底意)가 있다 판단되자 갑자기 긴장하며 물은 것이다.


“호오! 이제 정신을 좀 차렸냐?”
“말해! 무엇 때문이냐?”

“짜식, 더럽게 집요하군. 좋아, 귓구멍에 안개가 꼈거든 거둬내라. 본좌는 딱 한번만 말할 거니까. 알긋냐?”
“……?”

“본좌는 정의문 총관으로 역발산(力拔山)이라는 외호로 불리신다. 뭐, 본좌의 외호에서 짐작했듯 글자 그대로 힘이 너무 세서 산 하나 쯤은 쉽게 뽑아내지.”
“……!”

“이 정도면 전 무림에 알려져야 하는데 불행히도 우리 정의문은 무림의 정의를 위한다면서 온갖 못된 짓만 자행하는 개들을 사냥하느라 이름을 날릴 시간이 없었다.”
“개? 무슨 개……?”

“쨔식,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는… 지옥견이라고 있다. 흠! 진짜 개 같은 놈들이지.”
“무어라? 개...?”

“그래, 그러니까 지옥견이라 부르지. 어쨌거나 무림천자성에서도 순찰원 소속은 무공이 강하다고 들었다.”
“그야 물론이지. 우리 순찰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

맹후벽은 자신이 추켜올려지는 듯한 느낌에 대꾸하였다. 허나 그의 말은 그리 길지 못했다, 왕구명이 끊어버렸던 것이다.

“좋아, 마침 네놈이 그곳 향주라 하니 오늘 네놈의 목을 따 전 무림에 본좌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 그러니 일대일 대결로 누가 강한지 따져보자.”
“뭐야? 이런 미친….!”

“야, 관둬! 안 한다. 안 해! 금방 격장지계라는 말을 했건만 또 흥분해? 너, 진짜 향주 아니지? 너 같이 조금 모자라는 놈이 어떻게 무림천자성 향주가 될 수 있냐?”
“뭐, 뭐라고…?”

맹후벽은 귀에서 연기가 나올 정도로 분기탱천하였다.

“야, 관둬! 관두고 어서 공격 명령이나 내려. 네놈 정도로는 무림에 명성을 날릴 수 없으니 네놈과 함께 한 대여섯 놈을 한꺼번에 죽여줄게. 그 정도는 돼야 이름이 알려지겠어. 안 그러냐?”
“이, 이놈! 오늘 본좌가 네놈을 요절내지 못하면 성을 간다.”

“성을 갈아? 하긴 성이 갈리긴 갈린다. 오늘은 네놈의 이름이 맹후벽이지만 내일부터는 이름 앞에 고(故)자를 붙일 테니.”
“끄으응!”

맹후벽은 너무도 화가 나 말도 하지 못하고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다. ‘고’자는 죽은 사람을 칭할 때 붙이는 말이 아니던가!

상대가 자신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 들자 화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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