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97

혈로(血路) (5)

등록 2004.11.19 12:35수정 2004.11.19 16:28
0
원고료로 응원
“흥! 어림도 없지. 챠아앗! 파천부법 제칠초 뇌성으로 하늘을 터뜨린다. 벽력파천(霹靂破天)!”

고오오오오! 콰콰콰콰콰콰쾅!
파직! 챙그랑!
“허억...! 으으윽!”


섬전의 속도로 왕구명의 인후부를 찔러가던 무적도는 중도에 방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쌍의 파천부가 회전하면서 발생된 일진광풍에 의하여 피어오른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두 줄기 싸늘한 냉기가 이마를 향해 쏘아져 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풍부한 실전 경험에 의하면 중간에 도를 회수하지 않으면 상대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후부를 방어할 생각이 전혀 없는지 허점이 여전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두개골도 빠개질 것이다. 극히 작은 차이지만 분명 파천부가 무적도보다 늦게 발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차를 극복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한 수로 누가 더 강자인지는 판가름이 난 셈이다.


어쨌거나 맹후벽의 도가 파천부와 격돌하는 순간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 그와 동시에 쇳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천하 최강을 자랑하던 무적도가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이는 맹후벽보다 왕구명의 실전경험이 더 풍부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지금껏 수많은 정의수호대원들을 상대하는 동안 무적도나 무적검의 약점을 파악한 바 있다. 파천부보다 강도가 약하기에 여러 번 부딪치면 부서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크흐흐흐! 내가 뭐라고 했느냐? 부서질 테니 다른 것을 확보하라고 했지? 크흐흐흐!”
“으으...! 으으으으...!”

한발 한발 다가서는 왕구명을 본 맹후벽은 신음 아닌 신음을 토하며 뒤로 물러섰다. 무적도를 들고도 상대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적수공권이므로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슬금슬금 물러서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그의 입술이 달싹이고 있었다.

물러설 테니 자신에게 병장기를 던지라는 전음을 보낸 것이다.

이 순간 왕구명의 귀로 한줄기 전음이 흘러들었다.

‘이제 얼추 준비가 되었어요. 동쪽이 가장 약해 보여 그곳을 공격하기로 했어요. 만일 중간에 흩어지는 일이 발생되면 대별산(大別山) 자운곡(紫雲谷)으로 오세요. 아셨죠?’
‘음! 알겠습니다.’

현재 천의장에 머무는 인원은 대략 육십여 명 정도이다. 이밖에 무한 외곽에 변복(變服)을 한 채 은신하고 있는 청타족 용사와 정의문 제자들의 수효를 합하면 무려 일만이 넘는다.

따라서 장강을 건너거나 수로(水路)를 이용할 수는 없다. 그만한 인원을 실을 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한에서 동북쪽으로 대략 삼백리 정도 떨어진 대별산으로 향하기로 한 것이다.

대별산은 하남, 호북, 안휘성의 경계를 북서에서 남동으로 뻗은 산맥으로 남양분지의 동쪽에서 호광(湖廣)평야의 북동을 거쳐 장강 북안(北岸)에 이르게 된다. 장강 유역과 준하 유역으로 갈라져 있는 관계로 회양산(懷陽山), 또는 회산(懷山)이라고도 한다.

이 산에는 하루 종일 자욱한 자색 구름이 피어오르는 계곡이 있다. 그래서 자운곡이라 불리는 이곳의 좌우에는 도끼로 찍어낸 듯 매끈한 면을 가진 절벽이 있다.

높이가 무려 일천여 장에 달해 천장애(千杖崖)라 불린다.

계곡 안으로 들어서면 기암괴석이 즐비하며 그 사이로 세찬 물줄기가 흐른다. 여기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무슨 조화인지 중간에 자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어쨌거나 천장애 아래에는 동혈들이 많은 데 얽히고설킨 그것들 가운데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것들도 상당수 있다.

미로처럼 얽혀 이 동혈들은 광혼동(狂魂洞)이라 불린다. 오래 전 이곳에 일곱 사람이 든 적이 있었는데 길을 잃고 헤매다가 모두 미쳐버렸기에 그렇게 부른다.

여옥혜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많은 인원이 은신하기엔 이곳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며, 보타신니가 추천하였기 때문이다.

오래 전, 초지악에게 몸을 더럽힌 유현선자 우문경은 정처 없이 강호를 떠돌던 중 사람들이 보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광혼동으로 들어갔다. 차라리 미쳐버리면 치욕스런 과거를 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곳에서 우연히 전전대 보타신니의 유해를 발견하였고, 남겨진 무공비급으로 무공을 연마하였다.

모든 것을 익힌 그녀는 무공비급을 돌려주기 위해 보타암으로 갔다가 마침 제자를 물색하려던 전대 보타신니로부터 수계(授戒)를 받고 비구니가 된 것이다.

이런 연유로 망혼동 내부의 지리를 손바닥처럼 환히 알기에 그곳을 은신처로 추천하였던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952년 창업, 4대째 하고 있는 빵집이 있습니다 1952년 창업, 4대째 하고 있는 빵집이 있습니다
  2. 2 거짓으로 거짓을 덮는 정권, 국민이 그리 우습나 거짓으로 거짓을 덮는 정권, 국민이 그리 우습나
  3. 3 북한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윤석열 정부가 감춘 것 북한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윤석열 정부가 감춘 것
  4. 4 대통령 관저에 실내골프장 설치했나, 시행업체 이메일 공개 대통령 관저에 실내골프장 설치했나, 시행업체 이메일 공개
  5. 5 [단독] 명태균 "오세훈·조전혁 대공약 컨트롤" [단독] 명태균 "오세훈·조전혁 대공약 컨트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