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斷腸記)- 70회

등록 2004.12.06 07:41수정 2004.12.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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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었고 그는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마혈(魔穴)을 제압당했다. 그는 의자에 앉혀진 채 눈만 멀둥멀둥 냉약빙을 바라보았다. 냉약빙이 자신을 돼지라 불렀다. 두 눈엔 독기가 가득하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놀랍겠지? 돼지새끼…!”


그녀의 희고 고운 손이 그의 뺨을 쓰다듬는다. 그와 함께 그의 아혈(啞穴)마저 제압당하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혀를 깨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나는 개년이다. 네놈은 돼지새끼고….”

냉약빙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그녀는 스스로를 개년이라 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양만화의 두 눈에 떠오른 의혹은 그녀의 돌연한 변화가 무슨 이유인지 묻는 듯 했다.

“네놈이 열여섯살 되던 해에 강간한 하녀를 기억하지?”

양만화는 기억하고 있다. 천고문에서도 걸린 죄다. 이십대 중반의 고운 몸매를 가지고 있었던 하녀였다. 자신이 열여섯의 피끓는 나이였을 때 그는 그녀를 보며 음심을 품었고, 여러 가지 회유를 했음에도 그녀는 혼인한 몸이라며 자신에게 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강제로 그녀를 품었다. 한번뿐이 아니었다. 수차례에 걸쳐 그녀를 욕보였다. 임신한 그녀를 말이다. 그리고 문제가 되자 그의 부친은 그녀를 내쫓았고, 불만도 표출하기 전에 그녀의 남편까지 두들겨 패서 이곳 장안뿐 아니라 섬서 땅을 밟지 못하게 했다.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죽었다고 들었다.

“이 돼지새끼가 대답이 없어.”


퍽---!

그녀의 고운 손이 양만화의 왼뺨을 때렸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 입안에 고이는 것은 피일 것이다. 자신의 몸을 애무해주며 자신을 기쁘게 해 주었던 저 고운 손이 저리도 매운 줄 몰랐다.

“개년이 묻는 말에 돼지새끼는 대답해야 하는 거야. 긍정이면 한 번, 부정이면 두 번 눈을 깜박여. 알겠지?”

이건 악몽이다. 자신의 앞에서 다소곳이 옷을 벗던 그녀다. 그녀의 완벽한 몸을 감상하며 그녀의 희열에 찬 비음을 들으며 즐겼던 그다. 하지만 또 다시 날아오는 그녀의 주먹에 그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픔을 느껴야 했다.

으적----

이빨이 몇 대 나간 것 같았다. 이젠 그녀의 손이 무서워진다.

“대답하라니까. 이 돼지야…”

양만화는 기절할 것 같은 통증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눈을 한번 깜박했다. 고통 앞에 자존심을 지킬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말은 사내답게 죽겠다고 하지만 실상 자신의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 앞에서 인간의 육신이란 너무나 허약하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내가 왜 개년이냐면 네놈에게 희롱당한 그 하녀의 딸이기 때문이야. 엄마를 희롱한 돼지새끼에게 그 딸 스스로가 몸을 주었으니 개년이 맞지.”

양만화를 고문하면서도 냉약빙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나 개년 맞지?”

양만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삼십년이 지난 일이다. 그 때 그녀의 뱃속에 있었던 아기가 냉약빙이었다니 놀랄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먼저 눈을 깜빡여야 했다.

“뭐가 맞아. 이 죽일 놈아… 다 네놈으로 인한 것인데…”

퍼--벅---!

코뼈가 으스러졌나 보다. 이런 상태에서 자신이 정신이 온전한 게 이상하다.

“덜 아픈 모양이지?”

그녀의 갑작스런 말에 그는 황급히 눈을 두 번 깜박였다. 아니라는 뜻이다.

“하긴 정상적일 때보다 덜 아프겠지. 산공독(散功毒)에도 마취되는 성분이 있으니까… 조금 약하게 했어야 했나?”

그녀의 목소리는 차라리 악마의 속삭임과 같다. 그가 이곳에 들어와 힘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촛불과 함께 이 밀실을 가득 채운 산공독 탓이었다. 급한 마음에 주위를 기울이지 못한 가운데 이미 이 밀실에는 산공독이 퍼져 있었던 것이다.

“아비는 장독(丈毒)이 들어 죽고, 들판에서 아기를 낳은 산모(産母)는 병이 들었지. 죽는 그 순간까지 병든 엄마가 일곱 살짜리 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

그녀의 입이 열릴 때마다 양만화는 속이 탔다. 더구나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그녀의 손. 그는 눈을 두 번 깜박였다.

퍽--퍼--퍽---!

이제는 한 손이 아니라 양 손 모두가 그의 얼굴을 가격하고 있다.

“뭐가 몰라. 이 돼지 새끼야. 당연히 네놈을 죽이라는 말이지.”

멍해진다. 고통이 심해지니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났으면 하는 생각이다. 양만화의 얼굴은 피칠을 한 채 금방 부어 올랐다.

“그 분이 네 침실에서 네놈을 죽이지 못해 지금까지 살려둔지 알아?”

아까 나타났던 초혼령주를 말하는 것일 게다. 양만화는 다시 모르겠다고 눈을 두 번 껌벅거렸다. 안하면 맞는다.

“오랜만에 맞췄군. 하기야 돼지 새끼가 어찌 그 분의 뜻을 알겠어? 하지만 지금 네 상황을 보면 바로 답이 나올 껄? 내가 부탁했어. 내 손으로 네놈을 죽이겠다고….”

양만화는 자신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음을 깨달았다. 초혼령이 떨어진 그 순간부터 자신이 생각했던대로 되었던 것은 단 한가지도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한 손에 소도(小刀)를 꺼내 들더니 그의 바지춤을 잘랐다. 아예 속옷을 포함해 모두 잘라내고 있었다. 공포로 바싹 오그라든 그의 양물(陽物)이 보였다.

“이것 때문이었지. 잠시간의 쾌락을 위해서 한 가족을 죽게 만들었던 흉물이 이거지?”

양만화의 얼굴에 극도의 공포감이 떠올랐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추측하는 것은 쉬웠다.

남자에게 있어 가장 원초적인 공포는 거세(去勢)다. 하지만 그 공포보다 그의 복부에 박히는 그녀의 주먹이 현실적인 고통을 가져왔다.

“대답 안할 꺼야? 이 돼지야….”

무슨 대답을 하라는 것인가. 대답을 하던 안하던 이젠 마찬가지다. 양만화는 삶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차라리 빨리 죽여주었으면 바랐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손길에 익숙해진 그의 양물은 그녀가 몇 번 쓰다듬어 주자 이런 상황에서도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소도를 옆으로 던져 놓은 채 그녀의 두 손이 그의 양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그의 양물은 완전하게 발기되어 꺼떡거렸다.

“네놈이 돼지인 것은 맞아. 미친 놈.”

양만화는 그녀의 손길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얼마 전까지 그의 양물은 그녀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죽여야 할 돼지새끼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여자의 오욕감을 네가 알까? 돼지새끼의 입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를 맡고 정액을 받아야 했던 개년의 슬픔을 알까? 침상에서 벗어나 그 새끼의 정액을 하나도 남김없이 파내야 했던 년의 고통을 알기는 아느냐구….”

그녀의 마지막은 울음이었다. 그와 동시에 양만화는 아득해 가는 그의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으드득---

발기된 상태에서 그의 양물은 뿌리채 뽑히고 있었다. 그의 혼미해지는 눈에는 이미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양물이 피를 뚝뚝 흘리며 냉약빙의 두 손에 들려 있었다. 아직까지 그가 죽지 않은 게 이상하고 기절하지 않은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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