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斷腸記)- 74회

등록 2004.12.10 07:38수정 2004.12.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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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천의는 구양휘로부터 초혼령을 받아 들었다. 무슨 영문인지 담천의 자신도 모른다. 그는 받은 것이다. 사부 아닌 사부는 그 피비린내 나는 담가의 참화 속에서 그의 무공을 익히겠다고 한 뒤에 피에 절은 그 철패를 주면서 말했다.

--이건 네 것이다 !


무슨 이유로 그는 나에게 이것을 주었을까? 자신의 부모와 초혼령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부모를 비롯한 담가의 식솔들이 죽음을 당했던 참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절대로 자신에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담천의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소제도 모르오.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이 초혼령인지도 몰랐소. 아마 본가(本家)와 관계가 있을 것이오.”

담천의의 마음 속은 복잡했다. 온갖 상상이 그의 뇌리를 휘저었다. 어쩌면 자신의 부모는 초혼령을 받고 초혼령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사부 아닌 사부는 초혼령과 관계가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신을 거두어 주고 복수하라고 헸을까? 초혼령은 어린아이라도 절대 살려 두는 법이 없다고 했다.


-- 도대체...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담천의는 머리를 흔들었다. 온갖 상념(想念)이 떠올랐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일행들도 갑작스런 초혼령으로 인해 머리가 혼란해 있었다.


그때였다.
“내----놔-----!”

갑자기 짤막한 호통과 함께 대청마루 아래서 검은 손 하나가 솟구쳐 올라 담천의의 손에 올려져 있던 초혼령을 잡아채 갔다. 몸은 보이지 않고 오직 허공을 가르는 손 하나! 이미 어둠이 몰려오고 있는 저녁이라 더욱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훗....!”

담천의는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 갑작스러운 기습에 순간적으로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손위에 놓여진 초혼령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 손안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허나 담천의의 임기응변도 빨랐다. 금나수의 총화라는 소림의 금룡십이해(金龍十二解)나 무당의 태극십팔해(太極十八解)를 견식했던 그다. 재빨리 손을 뒤집는 것과 동시에 오른 손을 수도(手刀)로 하여 다가 든 손을 내리찍었다.

빠---박---!

손과 손이 마주친 순간 금속성이 흘렀다. 동시에 담천의는 왼손으로 허공에 떠오른 초혼령을 기이한 각도로 잡아채 가면서 또 다시 달려드는 검은 손을 향해 오른 손을 마주쳐 갔다.

타--다---닥--!

서너 번의 격타음이 나면서 불똥이 튀는 듯 했다. 담천의의 손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졌다. 상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상대방 역시 충격을 받았는지 낮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그 순간 구양휘의 검이 어느새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어둠을 가르는 검영은 흐릿한 인영(人影)을 빠르게 베고 있었다. 핏줄기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붉은 선을 그으며 흩뿌려졌다.

“헉......!”

허나 상대방의 반응도 빨랐다. 흐릿하게 나타났던 사람의 형체는 한 순간에 어둠 속으로 파묻히며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두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던 일행의 얼굴에 기이함과 당혹감이 흘렀다. 어떻게 눈앞에서 사람이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천둔영(天遁影)......! 살수(殺手)인가?”

분명 상대는 그의 일검에 당했다. 헌데도 모습을 감출 수 있다니 대단한 자다. 구양휘의 말대로 천둔영의 비기를 익힌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천둔영은 은신술(隱身術)의 일종이나 일반적인 은신술과는 궤를 달리한다. 은신술이 주위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는 것에 비해 천둔영은 주위에 있는 모든 것과 동화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바람 속에도 숨을 수 있다는 것이 천둔영이다.

모든 살수들이 익히기를 원하는 비기이지만 천둔영을 익힌 자는 극히 적었다. 일행은 이 자가 나타날 때 왜 손만 보였는지 이해했다. 천둔영을 익힌 자는 그가 움직이지 않는 한 아무리 고수라도 그를 찾아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망갈 수 있을까?

구양휘의 거구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장 거리의 땅바닥을 향해 맹렬하게 내리쳤다. 어둠 속에서 움푹 파이며 일직선으로 땅이 갈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콰---콰--쾅---!

“억....!”

또 다시 비명이 터져 나오며 핏줄기가 허공으로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온통 검은 옷으로 전신을 가린 흑영(黑影)이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듯 허공으로 솟구쳤다. 구양휘의 입가에 흰 선이 그어졌다.

“제법이야..... 내 이초식을 받고도 견디어 내다니...”

그의 검이 나타난 흑영을 다시 쓸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공기를 가르며 구양휘에게 쏘아 오는 물체가 있었다.

촤르르---르--- 쇄---액!

네 방향에서 구양휘의 가슴과 다리를 노리고 일제히 날아 온 것은 쇠줄로 연결된 유성추(流星錘)였다. 검푸른 빛을 띠고 있는 유성추는 뱀의 혀처럼 어둠 속에서도 음습한 살기를 뿜고 있었다. 그것을 본 구양휘의 신형이 허공에서 한차례 빙글 돌면서 빠르게 검을 뿌렸다.

따--당---따당!

날아오던 네 개의 유성추가 구양휘의 검에 의해 모조리 튕겨지며 날아 온 곳으로 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쏘아져 갔다.

“으--헛---!”
“헉.....!”

어둠 속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허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바닥에 내려서는 구양휘의 발밑으로 불쑥 검날이 튀어 나왔다. 자칫하면 구양휘의 오른발이 잘려질 위급한 순간이었다. 그와 함께 그의 좌측에서 또 다른 검날이 그의 목젖을 향해 찔러오고, 또 하나의 검날은 그의 허리를 베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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