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유세 현장에서 희망돼지 저금통을 전달 받은 노무현 대통령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개인을 보고 선택한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것은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이지
노무현 개인을 보고 선택한 것이 아닌 것이다.
바로
힘없고
가진 것 별로 없고
학벌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개혁이 되길 바라서이지
수구 세력과
꿍짜작하라고 찍은 것은 아닌 것이다.
지금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은
또 하나의 기득권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귀에는 주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 'ID 백두대간'
한 네티즌의 댓글이 그들의 마음을 요약 대변한 듯하여 소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해방 60년이 지나도록 실타래처럼 꼬인 이 나라를 당신이 단기필마를 타고 쾌도난마를 휘두르며 시원스럽게 풀어달라고 돼지저금통을 만들어주고 거리를 온통 황색물결로 뒤덮게 했던 것입니다.
개혁은 의외로 쉽다
흔히들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개혁은 그리 어렵다고 보지 않습니다. 기존의 법이나 제도를 과감히 뜯어고치는 것을 개혁으로 아는데, 그것도 개혁의 한 방법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면서도, 앞서 해야 하고 마음먹기에 따라서 쉬운 것은 '사람'을 가려 쓰는 일입니다.
대통령 혼자 나라를 다스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에게는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대부분 임명하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 자리마다 바르게 살아오고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골라 앉히기만 하면 그 사람들이 자기 권한 내의 집단을 바로 할 테니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하고 제 자리에 돌려놓는 게 바로 개혁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당신은 그 일(사람 가려 쓰는 일)만 임기 내내 줄곧 하면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지고 마침내 당신은 성공한 대통령이 됩니다. 눈을 바로 뜨고 귀를 열어서 바른 사람을 구하고, 그 사람이 소신껏 일하게 하고, 혹 잘못 뽑았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히 바꾸고….
아무 말 없이 그렇게만 앞으로 3년 하면 이 나라는 엄청나게 달라질 겁니다. 그렇게만 하면 국민들은 당신에게 더 박수를 보낼 것이며, 더 큰 힘을 실어줘서 잘못된 법과 제도도 과감히 고치고 청와대를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당신이 보여준 통치력은 지지자들의 뜻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숱한 예가 있지만 이번 교육부총리 일만 예를 들겠습니다.
산골의 농사꾼들까지도 교육 개혁을 말할 정도로 교육현실은 심각한 정도입니다. 지난 번 대입수능 부정사건을 보십시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기성세대의 부정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습니까?
요즘은 도시뿐 아니라 시골 아이들조차도 하루 종일 학원을 전전하고, 일부에서는 이런 교육을 불신한 끝에 일찌감치 외국으로 내보내서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사회문제를 일으킨 현실에 이미 부도덕성으로 용도 폐기된 인물을 발탁해 놓고 '개혁'의 적임자니, '대학은 산업'이니 말도 되지도 않는, 소도 웃을 말로 덮어버리려고 하니 이 나라 백성들은 모두 바보 등신으로 여긴 게 아닙니까?
저는 지금 지난 1월 5일 신문에 보도된 내각명단에서 출신대학 별로 통계를 내 보고 있습니다. 20분 중 13분이 서울대학교 출신(한 분은 육사와 중복)이군요.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든다면서 이럴 수 있습니까? 다른 대학이나 지방대학 출신자들, 대학을 나오지 않는 사람 중에서는 쓸 만한 사람이 없던가요?
말과 행동이 같아야 백성들이 믿고 따를 게 아닙니까? 정말 드리고 싶은 말 많지만 너무 길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마무리 말로 한 마디만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퇴임 대통령이 여러 분 계십니다. 몇 분이나 백성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받고 계십니까?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후 국민들로부터 존경은커녕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그저 그런 대통령으로 남으렵니까?
아니면 흐트러진 나라를 반듯하게 세워놓은 대통령으로, 누가 말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다시 돼지저금통을 모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념관을 세워주는 대통령으로 남으렵니까?
이제 3년 남았습니다. 한때 백성들의 열광적인 사랑은 그것이 처절한 분노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로 제 글은 마무리합니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 뒤 소주잔을 나누면서 허심탄회하게 대담할 기회가 있기를 간곡히 바라면서….
2005년 1월 11일
강원도 횡성군 안흥 산골에서
박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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