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백원담교수의 베이징대학 강연 모습.김대오
여기에 중국사회 전역에 팽배한 상업주의, 특히 자신들의 콘텐츠가 바닥난 대만과 홍콩의 문화산업자본이 한류스타들과 결합하면서 매체의 조작 등을 통해 한류를 증폭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는 물론 상업주의문화의 탁류가 중국사회 전역을 휘몰아쳐도 속수무책인 현실과 중국정부의 문화정책 부재의 무능함이 포함되어 있다.
한류는 90년대 중국사회의 격변기에 문화적 공백을 메우는 부분적 기제로서 작용하였고 한국기업들의 중국마케팅 전략이 엉겁결에 적중하여 조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집체주의적 생활패턴이 개인주의로 바뀌면서 사회주의의 자장을 벗어난 그 공간에 한류의 접근이 용이할 수 있었고 미국적 상업주의가 왕창 몰려들어오는 것에 거부감과 대안적 기제로서 한류가 선택될 수 있었다.
물론 우리문화산업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미국의 문화지배구도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그 밑둥에 독창적인 자기문화세계를 구축해온 적극적 측면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시절>, <박하사탕>, <제이에스에이(JSA)> 등이 상업주의 문화와 조응하면서도 인간적 가치생산이라는 문화적 본연에 충실한 면모를 지닌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지식계로부터 한류는 “고려민족이 그 특유의 강인함과 근엄한 정신으로 21세기에 올린 개가”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중국의 영화들이 사회주의 주선율(主旋律, 영웅찬양영화)을 선양하는 낡은 영화문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류가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교착상황의 중국문화계를 전향적으로 타개해나가는 기제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는 분석이다.
한류의 흐름에는 문화적 근접성으로 인한 정서적 문화할인율이 낮았다는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급속한 자본화 과정 속에서 문화적 정체성을 구성해가는 과도기적 대행을 한류가 수행하며 문화소비차원에서의 문화적 선택으로 이해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한류의 현주소-어렵사리 연 점포 하나, 명함 한 장
한류란 우리가 식민지, 분단, 파행적 자본의 세월을 견뎌 주변부에서 반주변부로 가까스로 수직이동, 중심부의 배제와 착취의 논리를 피눈물로 익히며 자본의 세계화라는 각축 속에서 겨우 따낸 상가 입주권, 세계문화시장이라는 쇼핑몰에 어렵사리 연 작은 점포, 혹은 명함 한 장에 다름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점포를 열었으니 미숙하기 짝이 없어 한 푼이 아쉬워 행상수준으로 들고 뛸 수밖에 없는 수준, 안타깝지만 그것이 우리 한류의 현주소인 것이다.
최근 한류는 일본은 물론 태국과 필리핀에까지 확산을 이루는 한편으로 중국과 대만에서는 한류스타들이 인기 확인과 돈벌이에만 연연, 중화문화에 대한 이해나 요구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 속에 그 파고가 흔들리는 추세이다. 지금의 한류국면은 경제논리와 기능적 대처방식으로 문화산업규모 늘리기에 급급하여 진정한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간과함으로써 한류의 계기성을 오히려 상실하고 있는 어려운 형국이라고 진단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류의 겉과 속, 정면과 반면을 제대로 짚고 이후 행보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앞으로의 한류-문화연대에서 평화벨트까지
우리에게는 식민지분단의 참혹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서도 그것의 핵질만을 골라내어 우리의 형질로 전화시켜낼 수 있는 창조적 중역성, 아름다운 관계지향의 문화적 동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월드컵에서 유감없이 펼쳐낸 문화적 활력, 전쟁반대 촛불시위의 순결한 정화, 국가존립의 위기국면마다 뿜어져 나오는 현상타파의 민중저력과 해방문화, 보수언론의 횡포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활성화된 인터넷 쌍방향성 문화, 민주노총에서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중층적인 사회조직화 정도 등. 우리 사회가 지닌 이런 장점들이 자연스럽게 한류와 융해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한류는 결코 국가와 자본의 힘으로 지속되어 온 것이 아니며,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한류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결코 도외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평화공존의 새로운 관계지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접점에서 사고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지속 가능한 기획으로 추동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문화 속의 진정한 한류의 실질들, 현상타파의 문화적 동력들을 외화시켜 내면서 문화적 패권이 아니라 문화적 공존의 가동시스템을 동아시아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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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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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유행문화만 한류? 거대자본 논리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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