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녹색 피라미드 (27회)

등록 2005.01.25 10:51수정 2005.01.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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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노인이 목소리를 낮춰 나지막하게 말을 해왔다.

"사진 속의 두 사람을 포함해서 세 명이 여길 왔었어. 우리 집이 마을 입구에 있다보니 낯선 외지인은 금방 구분할 수가 있지."


"그들과 이야기를 해 보셨나요?"

"주위를 자세히 살피더니 심하게 다투는 것 같았어. 그러더니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야. 그러더니 엉뚱한 질문을 하더군."

채유정이 재촉해 물었다.
"엉뚱한 질문이라니요?"

"근처에 작은 비행장이 없냐고 물었어."

"비행장이요?"


"그래. 이 작은 마을에 비행장이 있을 턱이 없지. 그래서 없다고 하니까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저기 산 쪽으로 걸어갔어."

"그 뒤로는 보시지 못했나요?"


"한참 뒤에 산을 살피더니 다시 우리 집 앞을 지나갔어. 올 때와 반대로 한 노인은 득의 만만한 표정이었고, 젊은이를 포함한 나머지 둘은 풀이 죽은 표정이었어."

"득의 만만한 표정을 했다는 게 누구죠?"

채유정이 얼른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노인이 손가락을 가리켜 보였다.
"바로 이 사람이야."

안 박사였다. 안 박사가 그들과의 논쟁에서 이긴 듯 했다. 여기서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마을을 나선 것이다.

채유정이 제 경장에게 물었다.
"그들이 과연 비행장을 찾아갔을까요?"

"일단 여기서 가장 가까운 비행장이 어딘 지부터 알아봐야겠지."

둘은 노인의 집을 나섰다. 나서면서 채유정이 말했다.
"이런 작은 마을에 비행장이 있을 리가 없죠. 그것보다는 왜 비행장을 찾으려 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요?"

"비행장 근처에 그 무엇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럴 수도 있겠죠."

이 작은 마을은 공안의 감시가 너무 심해 오랫동안 머물 수 없었다. 둘은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타면서 기사에게 물었다.

"혹시 근처에 비행장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글쎄요. 금시초문인데요."

"어딘가 비행장의 흔적이라도 있을 거예요. 한번 돌아보죠."

그들은 마을을 벗어나 택시를 타고 근처를 돌아다녔다. 때로는 묻기도 하고, 지도를 찾아 보기도 했지만 비행장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비행장도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당에는 넓은 벌판 한가운데 화력발전소가 하나 있었다. 큰 굴뚝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데 주위의 야트막한 산들과 높이가 거의 같아 보였다. 그 발전소에 가서 물어보았지만 비행장의 흔적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할 수없이 그들은 처음 그 마을로 다시 향했다.

공안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둘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마을 입구에는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여 얼마 전에 들렸던 노인의 집을 다시 찾았다. 돈을 건네 받아서인지 노인은 좀 전보다 친절하게 그들을 대했다.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탁자에 두 개의 찻잔까지 놓아두었다. 찻잔에는 하얀 김을 날리며 뜨거운 차가 담겨 있었다.

"차를 들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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