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녹색 피라미드 (31회)

등록 2005.02.02 11:29수정 2005.02.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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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정체가 뭘까요?"

"조폭들 같이 보이진 않는데요."


"그렇다고 공안이나 관리들 같지는 않아요. 공안이라면 우릴 이런 곳에 가둬 둘 리가 없잖아요."

"혹시 예전 우리나라의 안기부 같은 곳이 아닐까요? 남산에 가면 사람들을 잡아와 족쳐대는 건물이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굳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릴 이유가 없잖아요."

둘은 자신들을 잡아온 그들의 정체를 두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들을 잡아 공안으로 데려가야만 그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총을 들고 있는 그들을 잡기는 무리였다.

둘은 밑의 지하창고에서 한참동안 대기하고 있었다.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바닥 위로 요란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부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차 시동 거는 소리예요."

"그들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닐까요?"


"아무도 없다 말이지."

"남아 있어도 몇 명만 지키고 있을 거예요."

제 경장이 낮은 목소리로 이죽거렸다.
"그렇다면 한번 부딪혀 봐야지."

"하지만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어요."

제 경장이 사다리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나에게도 다 생각이 있어요."

이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루판을 세게 두드렸다.

"무슨 일이오?"

위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경장은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소리쳤다. 마루판이 올려지고, 위에서 불빛이 쏟아져 내렸다. 눈부신 불빛 때문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다시 한 번 눈을 가늘게 뜨고 올려다보자 복면을 한 남자가 권총을 들고 서 있는 게 보였다. 구두를 신은 남자의 긴 다리는 네모난 구멍 바로 옆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성공할 자신은 없었다.

그는 순순히 사다리 위에 있는 방으로 나갔다. 방에는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제 경장은 세면대 옆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바로 정면에 창이 있었다. 옆으로 반쯤 여는 창이 아니라 상하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위아래에 틈이 열리는 식의 그런 창이었다. 그 창을 열어 몸을 내밀었지만, 도무지 통과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바지 지퍼를 내렸다. 어차피 볼일을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소변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여전히 싱크대 옆에 기대어 있었다. 제 경장을 보자 바닥에 뚫린 구멍 쪽으로 긴 턱을 치켜 올렸다.
"목이 마릅니다. 물 좀 마셨으면 하는데요."

복면을 한 남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복면 때문에 그의 표정을 살필 수 없어 답답했다. 남자는 마지못해 옆으로 몸을 비켰다. 그는 싱크대 앞에 가서, 컵으로 수돗물을 한 잔 마셨다. 물을 마시고 구멍 있는 쪽으로 걷다가 제 경장이 문득 옆으로 미끄러졌다. 바닥에 엉덩이를 찍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발목을 잡아 힘껏 당겼다.

"어이쿠."

남자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총이 바닥 한쪽으로 굴러갔다. 둘이 동시에 그 총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남자가 몸을 일으켜 달려갔지만 한발 늦은 뒤였다. 제 경장의 손에 권총이 들려져 있고, 그것으로 남자를 겨냥했다. 남자가 얼른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사이 지하창고에서 올라온 채유정이 올라와 밖을 살폈다. 다행히 남자말고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제 경장이 총을 들고 있는 사이, 채유정이 싱크대 옆의 테이프로 남자의 온몸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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